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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한국문학전집: 이광수 01)

끝없는 동해 바다. 맑고 푸른 동해 바다. 낙산사(落山寺) 앞바다. 늦은봄의 고요한 새벽 어두움이 문득 깨어지고 오늘은 구름도 없어 붉은 해가 푸른 물에서 쑥 솟아 오르자, 끝없는 동해 바다는 황금빛으로 변한다. 늠실늠실하는 끝없는 황금 바다.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이 불그스레하게 물이 든다. 움직이지도 않는 바위 틈 의 철쭉꽃 포기들과 관세음 보살을 모신 낙산사 법당 기와도 황금빛으로 변한다. 『나무 관세음 보살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 보살』하는 염불 소리, 목탁소리도 해가 돋자 끊어진다. 아침 예불이 끝난 것이다. 조신(調信)은 평목(平木)과 함께 싸리비를 들고 문밖으로 나와 문전 길을 쓸기를 시작한다. 길의 흙은 밤이슬에 촉촉히 젖었다. 싸악싸악, 쓰윽쓰윽 하는 비질 소리가 들린다. 조신과 평목이..
끝없는 동해 바다. 맑고 푸른 동해 바다. 낙산사(落山寺) 앞바다.
늦은봄의 고요한 새벽 어두움이 문득 깨어지고 오늘은 구름도 없어 붉은 해가 푸른 물에서 쑥 솟아 오르자, 끝없는 동해 바다는 황금빛으로 변한다. 늠실늠실하는 끝없는 황금 바다.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이 불그스레하게 물이 든다. 움직이지도 않는 바위 틈
의 철쭉꽃 포기들과 관세음 보살을 모신 낙산사 법당 기와도 황금빛으로 변한다.
『나무 관세음 보살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 보살』하는 염불 소리, 목탁소리도 해가 돋자 끊어진다. 아침 예불이 끝난 것이다.
조신(調信)은 평목(平木)과 함께 싸리비를 들고 문밖으로 나와 문전 길을 쓸기를 시작한다. 길의 흙은 밤이슬에 촉촉히 젖었다. 싸악싸악, 쓰윽쓰윽 하는 비질 소리가 들린다. 조신과 평목이 앞 동구까지 쓸어 나갈 때에 노장 용선화상(龍船和尙)이 구부러진 길다란 지팡이를 끌고 대문으로 나온다.
『저, 앞동구까지 잘 쓸어라. 한눈 팔지 말고 깨끗이 쓸어. 너희 마음에 묻은 티끌을 닦아 버리듯이.』
하고 용선 노장이 큰소리로 외친다.
이광수

호는 춘원(春園).
1892년 평안북도 정주(定州) 출생.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납북되어 만포(滿浦)에서 병사함.

1917년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 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무정』을 비롯해 『개척자』,『흙』,『그 여자의 일생』,『이차돈의 사』,『그의 자서전』,『사랑』,『원효대사』, 『유정』 등 수 많은 소설과 수필, 시, 논문, 평론 등이 있으며 계몽주의, 민족주의, 인도주의 작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일제 시대 그의 친일 행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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