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현숙 (한국문학전집: 나혜석 01)

나혜석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207 2 0 1 2017-04-10
반 년 만에 두 사람은 만났다. 남자가 여자에게 초대를 받았으나 원래부터 이러한 기회 오기를 남자는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동무들의 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대면하고 보니 향기 있는 농후한 뺨, 진달래꽃 같은 입술, 마호가니 맛 같은 따뜻한 숨소리,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에게 더없는 흥분을 주었다. 확실히 반 년 전 여자는 아니었다. 어떠한 이성에게든지 기욕(嗜慾)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의 자태는 한껏 뻗치는 식지(食指)가 거리낌없이 신출(伸出)함을 기다리고 있는 양이었다.

춘조 (한국문학전집: 김소월 01)

김소월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83 2 0 1 2017-04-10
몃날동안양긔업시캄캄하고 바람부던날은 지나갓다. 어제부터 비로소맑앗다. 그러나 바람은몹시부러서 애닯은가슴에 길손의心事[심사]를부어주엇다. 어제저녁에도 느즌잠 야윈을어리다가 오늘아츰에도상우에서니러나니 붉은 해빗이 창에가득히쏘엿다. 하늘은파 ─ 라케 구룸은한점도업는듯하나 한글가튼고흔구룸에더피엇는닭이다. 엇더케된셈인지하늘은 전날보다나저보인다. 닭의홰아래에서 네활개를옹크리고 자는듯하든개가 잇다금잇다금 눈을커다라케고 뒷고리를살금살금두루면서 가만가만두어마대식짓는다. 거러지의早飯[조반]비는 썩세인목소래가 대문밧게서 우렁차게붉우직인다.

혼명에서 (한국문학전집: 백신애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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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1 2 0 1 2017-04-07
이 어인 까닭일까요! 왜 이다지 고요합니까? 깊고 깊은 동혈의 속과 같이 어지간히도 고요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밤이어요. 마을을 한참 떠난 들 복판에 외로이 서 있는 이 집인 까닭에 이렇게도 고요함일까요.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 아닙니다! 멀리서 달려오는 북쪽의 난폭한 바람이 아 ─ 모 거칠 것이라곤 하나도 없이 제 마음대로 이 들판에서 서서 천군만마같이 고함을 치고 이 집의 수많은 유리 창문과 뼈만 남은 나무가지를 마구 쥐여 흔들어 놓아 시끄럽고 요란하기 끝이 없게 할 때입니다.

개구리 왕자(한국문학전집: 방정환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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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813 2 0 1 2017-04-07
옛날 옛적 아주 옛적 , 어느 나라 임금 한 분이 잘 생긴 따님을 여러 사람 데리고 계셨었는데, 그 중에도 제일 끝에 막내따님이 어떻게도 몹시 어여쁘고 곱게 잘 생겼는지, 그 따님이 방문 밖에를 나오면 세상이 더 환해지는 것 같아서 하늘에 계신 해님까지 부러워하는 터이었습니다. 임금님의 대궐 뒤에는 깊디 깊은 나무숲이 있고, 그 나무숲속 한가운데 커다란 노목나무 밑에 조그만 샘물이 흘러서 깊은 웅덩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그 어여쁜 막내 왕녀는 언제든지 나무숲 속으로 가서 그 샘웅덩이 옆에 서늘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았다가 심심해지면 노오란 황금공(黃金球)을 하늘로 치던지고, 밑에서 두 손으로 받는 장난을 하였습니다.

쇄사 (한국문학전집: 이효석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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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1 2 0 1 2017-04-07
큰일에는 크고 작은 일에는 작게 사람은 누구나 항상 일종의 두려움을 일상생활에 있어서 허다하게 경험하게 되니 그런 경험은 생활을 꾸며 가는 정감의 한 요소가 된다. 두려움은 긴장을 가져오고 긴장이 풀린 후에는 안심이 와서 ─ 여기에 비범한 생활의 흐름이 있다. 무사태평한 생활 보다는 그편이 한결 보람 있는 생활이 되지 않을까.

눈물의 열차(한국문학전집: 이병각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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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8 2 0 1 2017-04-07
영구행 이민열차가 바야흐로 출발하랴하는 판에 나는 이 사람들을 전송하기 위하여 역에 나갔습니다. 조고마한 시골정거장엔 오늘 이 근처 사십호 이재민이 떠난다하여 떠나는 사람과 전송하는 사람으로 전에 보지 못하든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나는 특히 내가 야학에서 가르치는 끗순(未順)이의 가족탄 자리에 가서 이런말 저런말 위로할 때 내가 선물로 가지고 간 지도를 순이가 펴보고나서 나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그만 앞이 캄캄하여 젓습니다.

아름다운 노을 (한국문학전집: 백신애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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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8 2 0 1 2017-04-07
높은 산줄기 한 가닥이 미끄러지듯 쓰다듬어 내린 듯, 소롯하게 내려와 앉은 고요하고 얌전스런 하나의 언덕! 언덕이 오른편으로 모시고 있는 높은 산에 자욱한 솔 잎사귀빛은 젖혀졌고 때때로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 소리같이 쏴 - 아 - 운다. 언덕 뒤 동편 기슭에는 저녁 짓는 가난한 연기가 소릇소릇이 반공중으로 사라져가며 몇 개 안 되는 초가지붕들은 모조리 박 넝쿨이 기어올라 새하얀박꽃이 되었다. 언덕 왼편 남쪽 벌판은 아물아물한 저 - 산 밑까지 열려 있어 이제 벼모는 한껏 자라 검푸른 비단보를 펴 놓은 듯하다.

제야의 속성(한국문학전집: 이병각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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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6 2 0 1 2017-04-07
내가 가지고 있는 時間[시간]가운데 第一[제일] 俗[속]된 時間[시간]을 들라면 나는 除夜[제야]를 들기에 躊躇[주저]치 않겠습니다. 俗[속]된 것은 大槪[대개]「然不[연불]」인데 際夜[제야]는 정말「然不[연불]」입니다. 무엇인지 모르게 그럴듯하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며 차라리 내가 가지고 있는 生活[생활]의 妙味[묘미]와 傅統[부통]을 깨트려버립니다. 나는 내 自身[자신]을 體系[체계]세워서 생각하기를 싫어합니다.

칠칠단의 비밀 (한국문학전집: 방정환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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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5 2 0 1 2017-04-06
여러 가지 꽃들이 만발해서, 온 장안 사람이 꽃에 취할 때였습니다. 서울 명동 진고개 어귀에는 며칠 전에 새로 온 곡마단의 재주가 서울 왔다 간 곡마단 중에 제일 재미있고 제일 신기하다 하여, 동물원 구경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낮과 밤으로 그칠 새 없이 들이밀려서 들어가지 못하고 도록 돌아가는 이가 더 많을 지경이었습니다. 이 곡마단의 주인은 일본 사람 내외이고, 재주 부리는 사람도 모두 일본 사람인데, 그 중에는 중국사람 내외가 한패 끼어 있을 뿐이고……, 이 곡마단이 일본과 중국으로 돌아다니면서 돈벌이를 하다가, 조선에 와서 재주를 부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므로, 서울 있는 사람들에게는 참말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재주가 더 많이 있었습니다.

오전 (한국문학전집: 이병각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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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8 2 0 1 2017-04-06
거름퇴비(堆肥)를 파뒤지던 수탉이「꼬기요 ─」하고 날개를 쳤다. 그러자 울타리 밑에서 놀고 있던 병아리가 일시에 어미닭 품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어미닭은 병아리를 품은 채 핏기 업는 벼슬을 축 ─ 내리트리고 졸기시작하였다. 울타리 옆 감나무 입사귀가 햇빛을 받아 유달리 번적거리고 그늘이 울타리에 오르기 시작한 일흔 점심 때 ─달례(月禮)는 후불(後不)이를 다리고「달갱이」널인 밖을 지키고 있다. 『먹지마라! 이 가시내야!』달례는 후불의 뺨을 갈겼다. 후불이는 못익은 것을 먹다가 들킨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형의 눈초리가 무섭다는 듯이 머리를 숙이고 뺨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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