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67

소독부 (한국문학전집: 백신애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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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8 2 0 1 2017-04-10
이 마을 이름은 모두 돈들뺑이라고 이른다. 신작로에서 바라보면 넓은 들 가운데 백여 호 되는 초가집이 따닥따닥 들러붙어 있는데 특별히 눈에 뜨이는 것은 마을 앞에 있는 샘터에 구부러지고 비꼬아져서 제법 멋들어지게 서있는 향나무 몇 폭이다. 마을에서 신작로길로 나오려면 이 멋들어진 향나무가 서 있는 샘터를 왼편으로 끼고 돌아 나오게 되는데 요즘은 일기가 제법 따뜻해진 봄철이라 향나무 잎사귀들이 유달리 푸른빛이 진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이 샘이 아니면 먹을 물이라고는 한 모금 솟아나는 집이 없으므로 언제나 이 샘터에는 사람이 빈틈이 없고 더구나 요즈음은 경루보다 더 옥신각신 복잡하다.

동생을 찾으러 (한국문학전집: 방정환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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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4 2 0 1 2017-04-10
창호의 누이동생 순희가 별안간에 없어져서, 소동이 생긴 지도 벌써 이레째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아주머니, 늙으신 할머니, 시집간 누나까지 모두 나서서 아는 집, 일갓집마다 찾아 헤매고 아버지, 아저씨와 외삼촌까지 길에서만 살면서 경찰서에 가서 찾아 달라고 수색 청원도 하고 별별 곳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아무리 찾기에 애를 썼으나, 벌써 이레째 되는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서 집안이 난리 난 집 같았습니다.

허물어진 화원 (한국문학전집: 안석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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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67 2 0 1 2017-04-10
해가 중천에 머물자 그 빛이 찬란하였다. 멀리서 푸른 보리밭이 물결치고 있었다. 숲 바로 아래의 잡초가 우거진 곳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른다. 풀밭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너른 개울가에 이르게 되는데, 거기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낚싯대를 한가로히 물에 담그고 있는 김영철 씨가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그의 아들인 명호 군이 낚싯대를 들고 웅크리고 앉아 있다. 아직 일곱 살의 어린 나이지만 그의 아버지를 축소시킨 것처럼 두 모습이 판에 박은 듯하였다. 아이의 머리에 얹힌 소학생 모자가 뒤로 젖혀지자 쓸쓸한 눈빛까지도 아버지를 빼닮은 듯하였다. 마치 한 대의 운명은 끝나는 게 아니라 연속되는 것이라는 걸 입증하듯 그들은 앉은 모양새도 비슷했다.

의혹의 흑모 (한국문학전집: 백신애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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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83 2 0 1 2017-04-10
동경일비곡공원 (東京日比谷公園) 남(南)쪽 뒷문을 나와서 큰길을 하나 넘으면 남좌구간정(南佐久間町)으로 뚫린 길이 있다. 이 길을 조금 가면 오른편 뒷길에 문화(文化) 아파 ─ 트먼트의 큼직하고 샛득한 삼층 건물이 보인다. 이 아파 ─ 트는 아래층이 통 털어 자동차 수선소와 택시 ─ 차고(車庫)로 되어 있는 까닭에 그 앞길을 지나는 사람이면 “오룩 우루룩 땅땅!” 하는 요란스런 자동차 수선하는 소리에 으레이 한번씩은 바라보고 지난다. 학기말시험(學期末試驗)도 무사히 끝난 삼월제삼일(三月第三日) 수(日[일])에 성수(性秀) 와 연주(蓮珠) 연순(蓮順)의 세 사람은 일비곡(日比谷)으로 놀러 왔다가 우연히 이 길을 지나가게 되었었다.

홍한녹수 (한국문학전집: 최서해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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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77 2 0 1 2017-04-10
“아씨 진지 잡수서요!” 하는 할멈의 소리를 어슴프레 들으면서 이불에 씌워서 힘없이 누었던 운경이는 열시가 지나서 눈을 떴다. 창문에는 밝은 가을 볕이 반이나 비치었다. 그것을 보고 시계를 쳐다본 운경이는 다시 눈을 감으면서 하품하였다. 사지가 늘신하고 정신이 흐릿하여 아침이거니 생각하면서도 그 기분은 아침 같지 않았다. 머리는 울린 뒤의 종같이 엥하였다.

현숙 (한국문학전집: 나혜석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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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4 2 0 1 2017-04-10
반 년 만에 두 사람은 만났다. 남자가 여자에게 초대를 받았으나 원래부터 이러한 기회 오기를 남자는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동무들의 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대면하고 보니 향기 있는 농후한 뺨, 진달래꽃 같은 입술, 마호가니 맛 같은 따뜻한 숨소리,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에게 더없는 흥분을 주었다. 확실히 반 년 전 여자는 아니었다. 어떠한 이성에게든지 기욕(嗜慾)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의 자태는 한껏 뻗치는 식지(食指)가 거리낌없이 신출(伸出)함을 기다리고 있는 양이었다.

춘조 (한국문학전집: 김소월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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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1 2 0 1 2017-04-10
몃날동안양긔업시캄캄하고 바람부던날은 지나갓다. 어제부터 비로소맑앗다. 그러나 바람은몹시부러서 애닯은가슴에 길손의心事[심사]를부어주엇다. 어제저녁에도 느즌잠 야윈을어리다가 오늘아츰에도상우에서니러나니 붉은 해빗이 창에가득히쏘엿다. 하늘은파 ─ 라케 구룸은한점도업는듯하나 한글가튼고흔구룸에더피엇는닭이다. 엇더케된셈인지하늘은 전날보다나저보인다. 닭의홰아래에서 네활개를옹크리고 자는듯하든개가 잇다금잇다금 눈을커다라케고 뒷고리를살금살금두루면서 가만가만두어마대식짓는다. 거러지의早飯[조반]비는 썩세인목소래가 대문밧게서 우렁차게붉우직인다.

혼명에서 (한국문학전집: 백신애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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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8 2 0 1 2017-04-07
이 어인 까닭일까요! 왜 이다지 고요합니까? 깊고 깊은 동혈의 속과 같이 어지간히도 고요합니다. 참으로 이상한 밤이어요. 마을을 한참 떠난 들 복판에 외로이 서 있는 이 집인 까닭에 이렇게도 고요함일까요.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 아닙니다! 멀리서 달려오는 북쪽의 난폭한 바람이 아 ─ 모 거칠 것이라곤 하나도 없이 제 마음대로 이 들판에서 서서 천군만마같이 고함을 치고 이 집의 수많은 유리 창문과 뼈만 남은 나무가지를 마구 쥐여 흔들어 놓아 시끄럽고 요란하기 끝이 없게 할 때입니다.

개구리 왕자(한국문학전집: 방정환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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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801 2 0 1 2017-04-07
옛날 옛적 아주 옛적 , 어느 나라 임금 한 분이 잘 생긴 따님을 여러 사람 데리고 계셨었는데, 그 중에도 제일 끝에 막내따님이 어떻게도 몹시 어여쁘고 곱게 잘 생겼는지, 그 따님이 방문 밖에를 나오면 세상이 더 환해지는 것 같아서 하늘에 계신 해님까지 부러워하는 터이었습니다. 임금님의 대궐 뒤에는 깊디 깊은 나무숲이 있고, 그 나무숲속 한가운데 커다란 노목나무 밑에 조그만 샘물이 흘러서 깊은 웅덩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그 어여쁜 막내 왕녀는 언제든지 나무숲 속으로 가서 그 샘웅덩이 옆에 서늘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았다가 심심해지면 노오란 황금공(黃金球)을 하늘로 치던지고, 밑에서 두 손으로 받는 장난을 하였습니다.

쇄사 (한국문학전집: 이효석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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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8 2 0 1 2017-04-07
큰일에는 크고 작은 일에는 작게 사람은 누구나 항상 일종의 두려움을 일상생활에 있어서 허다하게 경험하게 되니 그런 경험은 생활을 꾸며 가는 정감의 한 요소가 된다. 두려움은 긴장을 가져오고 긴장이 풀린 후에는 안심이 와서 ─ 여기에 비범한 생활의 흐름이 있다. 무사태평한 생활 보다는 그편이 한결 보람 있는 생활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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