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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09: 깨어진 물동이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542 2 0 60 2016-04-14
길을 가는 손으로서 평산읍 하(平山邑 下)를 지나로라면 길로 향한 대로변에 서향하여 한 개 묘소가 있는 것을 발견하리라. 그리고 그 묘소에서 한 십여 보 오른손 쪽에 동향하여 또 한 개의 묘소가 있는 것도 능히 볼 수 있으리라. 오래 눈비에 부대끼어 묘비의 명(銘)은 똑똑히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검분하면 서향하여 있는 우하형(禹夏亨)의 묘소라는 것을 알아 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묘소와 마주 앉아 있는 것은 우하형의 작은 댁의 묘소이다. 어디 있는 어느 무덤이든 간에 그 무덤의 주인의 생전사를 들추어 보자면 몇 토막의 로맨스가 드러나지 않는 자가 없겠지만 이 우하형과 작은댁 새의 로맨스는 모든 로맨스 가운데도 가장 아름답고 순정에 넘치는 자이다. ..

한국문학전집210: 광공자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86 2 0 62 2016-04-14
걸핏. 방안에 앉아서 추녀 아래로 보이는 하늘을 무심히 우러르고 있을 때에 휙 지나간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낙엽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하늘 나는 새 일 것이다. 소년이라 보자면 아직 소년이요 청년이라 보자면 넉넉히 한 개 청년이 되었을 나이의 공자. 현재 이 나라의 왕세자요 장차의 임금이 될 지존한 소년 공자였다. 오늘 우러르는 하늘이나 어제 본 하늘이나 같은 빛〔色〕과 빛〔光〕의 하늘이었다. 명랑하였다. 밝았다. 장쾌하였다. 천 년 전에도 그 빛이었을 것이다. 천 년 뒤에도 또한 그 빛일 것이다.

한국문학전집211: 편주의 가는곳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90 2 0 61 2016-04-14
동방의 정기를 한몸에 지니고 기다랗게 벋어 내려오던 산맥이 한 군데 맺힌 곳- 거기는 봉오리를 구름 위로 솟고 널따랗게 벌여 있는 태백산이 있다. 이 태백산 아래 자리를 잡고 한 개 나라를 건설하고 나라 이름을 동부여(東扶餘)라 한 금와왕 때에 금와왕에게 사랑을 받는 소년이 있었다. 고주몽이라는 소년이었다. 일곱 살 때부터 활쏘기와 말달리기로써 어른이 능히 대적치 못할 기능을 보여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기이한 소년이었다. 이 소년이 벌에서 말을 달리며 눈을 들어서 멀리 서편 쪽 하늘 닿는 곳의 산야를 바라보며 웅심(雄心)을 기르기 십수 년 드디어 기회를 얻어서 지금껏 몸을 의탁하고 있던 동부여를 등지고 서로 달아와서 거기 새로이 한 나라를 이루고 고구려라 ..

한국문학전집212: 개소문과 당태종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41 2 0 65 2016-04-14
도성 안은 평시와 조금도 다른 데가 없었다. 어제도 그제도, 작년도 재작년도 그러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장사아치는 가게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노인들은 한가스러이 길거리를 거닐고, 장인바치는 여전히 이마에 핏대를 세워가지고, 마치를 두르며― 솔개는 하늘을 날고 쥐는 땅을 기고….

한국문학전집202: 오디

김남천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29 2 0 54 2016-04-12
눈 내리는 밤에 길 위에 나서면 어디 먼 곳에 얇다란 검정 망사나 우중충한 수풀에 가리어서 달이 우련히 떠 있으려니 하는 착각을 가지게 된다. 최군이 먼저 마당에 내려 서면서, “아유 이 눈 보게, 어느 새에 한 치나 쌓였네.” 하고 지껄이니까, 최군 옆에 같이 따라 나섰던 해중월이라는 기생이, “눈 오시는 밤에 취해서 거리를 쏘다니는 것두 버릴 수 없는 흥취시죠.”

한국문학전집203: 맥

김남천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423 2 0 53 2016-04-12
<맥(麥)> 무경이 어머니의 개가와 오시형과의 절연에서 오는 공허함을 달래면서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던 중 옆방에 세든 전직 대학강사인 이관형을 만나 오시형의 사상적 과제에 관해 몇 차례 토론을 한다. 그러나 그와의 어떤 인간관계에 대한 전망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소설은 끝난다.

한국문학전집204: 기행

김남천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06 4 0 59 2016-04-12
조모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전보가 온 것이 해진 무렵이여서 부득이 밤 연한 시차를 탈수밖에 없었다. 급행이면 다섯시간도 안걸리는데를 이 차는 일곱시간 이상을 잡아 먹고 평양에는 해가 물끈 솟아 올을때에야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는 시골은 평양서도 일백 육십리나 자동차로 들어가는 성천이라는 적은 고을이다. 이차에서 내려서 성천가는 척차를 얻어 타면 오정전에 목적지에 이를수 가있다. 고단은 하지만 평양서 하룻밤 묵지 않는 것이 편리는 하다. 어데 냉면집에 들려서 어북장국이나 한그릇 사 먹고 시간 되기를 기대려서 자동차에 올르리가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문학전집205: 문단30년의 자취

김동인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568 2 0 75 2016-04-13
1918년 12월 스무닷샛날 밤이었다. 일본 동경 本鄕[본향]에 있는 내 하숙에는 나하고 朱耀翰[주요한]하고가 화로를 끼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파우리스타의 커피 시럽을 진하게 타서 마시면서 그날 저녁(한두 시간 전)에 동경 유학생 청년회관에서 크리스마스 축하회라는 명목으로 열렸던 유학생들의 집회에서 돌발된 사건 때문에 생긴 흥분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서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에 꽃이 피었다.

한국문학전집206: 속망국인기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24 2 0 56 2016-04-13
광공국장 ○씨(광공국은 그 뒤에 상무부의 한 국으로 되었고 ○씨는 상무부장으로 되었다)의 그때의 호의는 진실로 고마웠소. 물론 그 집은 ○씨의 사유가 아니요 또한 아주 거저 주는 것이 아니요 ‘본시 일본인의 집이었던 것을 광공국에서 접수하여 김동인이에게 상당한 집세를 받고 빌려주는 것’이지만 하마터면 일가 이산할 뻔한 그 찰나에 그런 비극을 겪지 않고도 되게 되었으니 이런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소? 내 성질이 하도 대범해서 고맙다는 사례의 인사조차 변변히 안 한 듯하지만 내 일생에 겪은 가지가지의 고마운 일 가운데 가장 큰 것의 하나요.

한국문학전집207: 젊은 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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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84 6 0 68 2016-04-13
지금으로부터 사천이백칠십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때의 사회라 하는 것은 오늘날과 같이 발달되지 못하였다. 나라 ─ 국가라는 것도 아주 분명치 못하였다. 사람이라는 것은 짐승과 달라서 머리가 총명하여 짐승같이 단지 천연적 물건에만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의 힘으로 좀 더 어떻게 잘살아 보자고, 농사짓는 법도 발명하고, 사냥이며 고기잡이도 하며, 집을 지어서 대자연의 덥고 추운 것을 방비하며 ─ 이렇게 나날이 더 잘살아 갈 방법을 연구하며 실행하며 살아 왔다. 그렇게 되니까 저절로 농사 잘 짓는 사람은 평지에서 살고 고기잡이 잘하는 사람은 강변이나 바닷가에서 살고 사냥 잘하는 사람은 산으로 가고 ─ 이리하여 부락(部落)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고 동리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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