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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15: 거타지의 꽃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6 2 0 61 2016-04-15
신라 진성여왕(眞聖女王)때의 일이다. 이 왕의 막내아드님 아찬 양패공(阿■ 良具公)이 명을 받들 고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왕사의 탄 배는 순풍에 돛을 달고 어기어차 어기어차 서쪽 을 향하여 항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명나라로 가자면 지리상(地理上)으로 별수없이 백제의 연안 을 거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해적이 연변에 성하다는 소문이 신라까지도 높이 들리므로 왕사의 배에는 호위하는 궁사(弓士)가 오십인이 동 승을 하였다. 이리하여 왕사와 및 호위 궁사들을 실은 배는 순풍을 받아가지고 일변 연변을 경계하면서 서쪽으로 서쪽 으로 길을 채고 있었다. 그들의 탄 배는 무사히 항해를 계속하여 혹도(鵠島) 근처에 까지 이르렀다.

한국문학전집216: 눈오는 대궐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51 2 0 64 2016-04-15
『상감마마! 상감마마!』 펄떡 놀라서 깨니 꿈이었다. 왕은 그 뒤에는 다시 잠이 들지 못하였다. 가만히 듣노라면 눈잉 오는 모양으로 밖에서는 퍼석퍼석하 는 소리가 연하여 들린다. 망연히 일어나 앉아서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앉아 있 는 왕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신라 흥덕왕(興德王) 초년(初年) 섣달 그믐, 남국 특유(南國 特有)의 함박눈은 끊임없이 밤새도록 내리붓는다. 사랑하는 왕비 장화부인(章和夫人)을 땅속에 묵은 것이 어 제였다.

한국문학전집217: 호미부이제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45 2 0 61 2016-04-15
신라 원성왕 때였다. 그때 신라의 풍속으로 팔월 여드렛날부터 보름날까지 <복 회>라 하는 것이 있어서 남녀 노소를 물론하고 흥륜사(興輪 寺)의 전탑을 도는 것이 연중행사로 되어 있었다. 단풍 핀 나무 아래를 무수한 남녀 노소가 복을 빌면서 전탑을 두고 돌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해 팔월 보름날이었다. 낭도 김현(金現)도 이 무리의 한 사람이 되어서 전탑을 돌고 있었다.

한국문학전집213: 분토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27 5 0 60 2016-04-14
“오늘두 신발 한 켤레만 밑지었군.” 제 발을 들어 보았다. 지푸라기가 모두 헤어져서 사면으론 수염을 보이는 짚신―. “신발 서른 뭇을 허비했으니 벌써 삼백 일인가. 그동안의 소득은 단 두 뿌리….” 산삼(山蔘)을 구하고자 편답하는 삼백여 일에 간신히 두 뿌리를 얻고는 그냥 헛애만 쓰는 자기였다. 문득 눈을 들어 맞은편을 건너다보았다. 계곡(溪谷) 하나를 건너서 맞은편에 보이는― 역시 깎아세운 듯한 벼랑에는 나무가 부접할 흙도 없는 양하여 겨우 잔솔 몇 포기와 지금 바야흐로 단풍 들어가는 낙엽수 몇 그루가 석양볕 아래서 잎을 풍기고 있다.

한국문학전집208: 동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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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90 2 0 65 2016-04-14
재위년수(在位年數) 오십이 년이라는 고금동서에 쉽지 않은 기간을 왕위를 누린 영종(英宗)대왕의 어우(御宇)의 말엽에 가까운 날이었다. 한강, 노들 강변에 작다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그 배에는 상전인 듯한 노인 하나와 젊은 하인 하나이 있었고, 이 긴 여름날을 낚시질로 보내려는 모양으로 노옹은 낚싯대를 물에 넣고 한가히 속으로 풍월을 읊고 있었다. “오늘은 고기가 안 잡히는구나.” “모두 대감마님께서 질겁을 해서 도망했나 보옵니다.”

한국문학전집209: 깨어진 물동이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523 2 0 59 2016-04-14
길을 가는 손으로서 평산읍 하(平山邑 下)를 지나로라면 길로 향한 대로변에 서향하여 한 개 묘소가 있는 것을 발견하리라. 그리고 그 묘소에서 한 십여 보 오른손 쪽에 동향하여 또 한 개의 묘소가 있는 것도 능히 볼 수 있으리라. 오래 눈비에 부대끼어 묘비의 명(銘)은 똑똑히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검분하면 서향하여 있는 우하형(禹夏亨)의 묘소라는 것을 알아 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묘소와 마주 앉아 있는 것은 우하형의 작은 댁의 묘소이다. 어디 있는 어느 무덤이든 간에 그 무덤의 주인의 생전사를 들추어 보자면 몇 토막의 로맨스가 드러나지 않는 자가 없겠지만 이 우하형과 작은댁 새의 로맨스는 모든 로맨스 가운데도 가장 아름답고 순정에 넘치는 자이다. ..

한국문학전집210: 광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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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65 2 0 61 2016-04-14
걸핏. 방안에 앉아서 추녀 아래로 보이는 하늘을 무심히 우러르고 있을 때에 휙 지나간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낙엽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하늘 나는 새 일 것이다. 소년이라 보자면 아직 소년이요 청년이라 보자면 넉넉히 한 개 청년이 되었을 나이의 공자. 현재 이 나라의 왕세자요 장차의 임금이 될 지존한 소년 공자였다. 오늘 우러르는 하늘이나 어제 본 하늘이나 같은 빛〔色〕과 빛〔光〕의 하늘이었다. 명랑하였다. 밝았다. 장쾌하였다. 천 년 전에도 그 빛이었을 것이다. 천 년 뒤에도 또한 그 빛일 것이다.

한국문학전집211: 편주의 가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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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370 2 0 60 2016-04-14
동방의 정기를 한몸에 지니고 기다랗게 벋어 내려오던 산맥이 한 군데 맺힌 곳- 거기는 봉오리를 구름 위로 솟고 널따랗게 벌여 있는 태백산이 있다. 이 태백산 아래 자리를 잡고 한 개 나라를 건설하고 나라 이름을 동부여(東扶餘)라 한 금와왕 때에 금와왕에게 사랑을 받는 소년이 있었다. 고주몽이라는 소년이었다. 일곱 살 때부터 활쏘기와 말달리기로써 어른이 능히 대적치 못할 기능을 보여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기이한 소년이었다. 이 소년이 벌에서 말을 달리며 눈을 들어서 멀리 서편 쪽 하늘 닿는 곳의 산야를 바라보며 웅심(雄心)을 기르기 십수 년 드디어 기회를 얻어서 지금껏 몸을 의탁하고 있던 동부여를 등지고 서로 달아와서 거기 새로이 한 나라를 이루고 고구려라 ..

한국문학전집212: 개소문과 당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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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20 2 0 63 2016-04-14
도성 안은 평시와 조금도 다른 데가 없었다. 어제도 그제도, 작년도 재작년도 그러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장사아치는 가게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고, 노인들은 한가스러이 길거리를 거닐고, 장인바치는 여전히 이마에 핏대를 세워가지고, 마치를 두르며― 솔개는 하늘을 날고 쥐는 땅을 기고….

한국문학전집202: 오디

김남천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4 2 0 54 2016-04-12
눈 내리는 밤에 길 위에 나서면 어디 먼 곳에 얇다란 검정 망사나 우중충한 수풀에 가리어서 달이 우련히 떠 있으려니 하는 착각을 가지게 된다. 최군이 먼저 마당에 내려 서면서, “아유 이 눈 보게, 어느 새에 한 치나 쌓였네.” 하고 지껄이니까, 최군 옆에 같이 따라 나섰던 해중월이라는 기생이, “눈 오시는 밤에 취해서 거리를 쏘다니는 것두 버릴 수 없는 흥취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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