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67

옥토끼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83 3 0 44 2014-09-20
김유정의 단편소설이다. 나는 한 마리 토끼 때문에 자나깨나 생각하였다. 어 떻게 하면 요놈을 얼른 키워서 새끼를 낳게 할 수 있 을까 이것이었다. 이 토끼는 하느님이 나에게 내려주 신 보물이었다. 몹시 춥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내가 아직 꿈속에서 놀고 있을 때 어머니가 팔을 혼들어 깨우셨다. 아침잠 이 번히 늦은데다가 자는데 깨우면 괜스레 약이 오르 는 나였다. 팔꿈치로 그 손을 툭 털어 버리고,

시골 황서방 / X씨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868 3 0 48 2014-09-17
황서방이 사는 ×촌은, 그곳서 그중 가까운 도회에서 오백 칠십 리가 되고, 기차 연변에서 삼백여 리며, 국도에서 일백 오십 리가 되는, 산골 조그만 마을이었 었다. 금년에 사십여 세에 난 황서방이, 아직 양복장 이라고는 헌병과 순사와 측량기 수밖에는 못 본 만큼, 그 ×촌은 궁벽한 곳이었었다. 그리고 또한 그곳에서 십 리 안팎되는 곳은 모두 친척과 같이 지내며 밤에 마을을 서로 다니느니만치, 인가가 드문 곳이었었다.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서 사람을 물어갈지라도, 그일 이 신문에도 안 날이만치, 외따른 곳이었었다. 돈이라 하는 것은 십 원짜리 지전을 본 것을 자랑삼느니만치, 그 동리는 생활의 위협이라는 것을 모르는 마을이었 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동리는 순..

구두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681 3 0 43 2014-09-17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흰 구두를 지어야겠는데…….” 며칠 전에 K양이 자기의 숭배자들 가운데 싸여 앉아서 혼잣말 같이 이렇게 말할 때에 수철이는 그 수수께끼를 알아챘다. 그리고 변소에 가는 체하고 나와서 몰래 K양의 해져가는 누런 구두를 들고 겨냥을 해두었다. 그런 뒤에 손을 빨리 쓰느라고 자기는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한다고 하고 그 집을 나 서서, 그길로 바로(이 도회에서도 제일류로 꼽는) S양화점에 가서 여자의 흰 구두 한 켤레를 맞추었다. 그리하여 오늘이 그 구두를 찾을 기한 날이었다. 조반을 먹은 뒤에 주인집을 나서서(이발소에 들러서 면도나 할까 하였으나)시간이 바빠서 달음박질하다시피 구둣방까지 갔다. 구두는 벌써 되어 있었다. ..

아리사 버들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700 2 0 57 2014-09-17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어떤 날 김 장의네 집에서 볏섬들을 치우느라고 야단일 적에 최서방이 우연히 밥을 한 끼 얻어먹으러 그 집에 들어갔다. 원래 근하고 정직한 최 서방은 밥을 얻어먹은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볏섬 치우는 데 힘을 도왔다. 아니, 도왔다는 것보다 오히려 최서방이 달려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들은 물러서서 최 서방의 그 무서운 힘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최 서방은 그 집에 머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최 서방은 마흔두 살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0여 년이라는 최 서방의 생애는 몹시 단조하고도 곡절 많은 생애였다. 여남은 살에 어버이를 다 여의고 그때부터 그는 독립 한 생활을 시작하였다...

박첨지의 죽음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544 3 0 41 2014-09-15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박 첨지의 늙은 내외가 공동묘지를 떠나서 제 집 ─ 제 움막으로 향한 것은 거의 황혼이 되어서였읍니다. 그들은 오늘 자기네의 외아들 만득이를 이 공동묘지에 묻었읍니다. 마흔다섯에 나서 낳은 아들, 그리고 이십오 년간을 기른 아들, 지금은 그들의 보호 아래서 떠나서 오히려 그들을 부양하고 보호하여 주던 장년의 외아들 만득이를 땅속에 묻었읍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길이외다. 그들은 말없이 걸었읍니다. 한 번도 뒤를 돌아본 일도 없었읍니다. 박 첨지는 앞서고, 그의 늙은 안해는 서너 걸음쯤 뒤서서 머리를 푹 수그린 채 앞으로 앞으로 걸었읍니다. 사면을 살펴보지조차 않았읍니다. 한 마디의 말도 사괴지 않았읍니다. 십 리쯤 와서 다..

좌평성충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80 2 0 44 2014-09-12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그것은 봄답지 않은 암담한 봄날이었다. 들에는 기화요초(琪花瑤草)가 만발하고 온갖 새와 나비가 날아드는 — 말하자면 절기로는 봄임에 틀림이 없지만 백성의 기분에는 봄답지 않은 암류가 흐르고 있었다. 백제의 의자왕(義慈王) 16년 춘삼월, 겨우내 혹독한 추위에 얼었던 땅이 따스한 봄기운에 녹아남에 따라서 추위를 피하노라고 방에 꾹 박혀있던 백제의 백성들도 길거리로 나다니기는 하지만 얼굴에는 음산한 기분과 근심이 서리어 있었다. 웬만한 근심, 웬만한 수심은 모두 녹여버리는 꽃의 시절인 봄이거늘 백제 창생의 근심은 이 시절의 힘으 로도 녹여버릴 수가 없었다. 그들의 근심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국왕의 방탕과 국력의 쇠약에 겸하여, ..

청춘

나도향 | 도디드 | 2,000원 구매
0 0 534 2 0 23 2014-08-16
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안동(安東)이다. 태백(太白)의 영산(靈山)이 고개를 흔들고 꼬리를 쳐 굼실 굼실 기어 내리다가 머리를 쳐들은 영남산(嶺南山)이 푸른 하늘 바깥에 떨어진 듯하고, 동으로는 일월산(日月山)이 이리 기고 저리 뒤쳐 무협산(巫峽山)에 공중을 바라보는 곳에 허공중천이 끊긴 듯한데, 남에는 동대(東臺)의 줄기 갈라산(葛蘿山)이 펴다 남은 병풍을 드리운 듯하다. 유유히 흐르는 물이 동에서 남으로 남에서 동으로 구부렸다 펼쳤다 영남과 무협을 반 가름하여 흐르니 낙동강(洛東江) 웃물이요, 주왕산(周王山) 검은 바위를 귀찮다는 듯이 뒤흔들며 갈라 앞을 스쳐 낙동강과 합수(合水)치니 남강(南江)이다.

어머니 곰네

김동인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517 2 0 59 2014-08-17
김동인의 단편소설이다. 통칭 곰네였다. 어버이가 지어준 것으로는 길녀라 하는 이름이 있었다. 박가라 하는 성도 있었다. 정당히 부르자면 박길녀였다. 그러나 길녀라는 이름을 지어준 부모부터가 벌써 정당한 이름을 불러주지를 않았다. 대여섯 살 나는 때부터 벌써 부모에게 ‘곰네’라 불렀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어린애를 붙안고 늘 곰네곰네 하였는지라 그 집에 다니는 어른들도 저절로 곰네라 부르게 되었고, 이 곰네 자신도 자기가 늘 곰네라는 이름으로 불렸는지라 제 이름이 곰네인 줄만 알았지 길녀인 줄은 몰랐다. 좌우간 그가 여덟 살인가 났을 때에 먼 일가 노파가 찾아와서 그를 부름에 길녀야 하였기 때문에 곰네는 누구를 부르는 소린지 몰라서 제 장난만 그냥 ..

시혼

김소월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633 2 0 85 2014-08-16
김소월의 시론이다. 적어도 平凡한 가운데서는 物의 正體를 보지 못하며, 慣習的 行爲에서는 眞理를 보다 더 發見할 수 업는 것이 가장 어질다고 하는 우리 사람의 일입니다. 그러나 여보십시오. 무엇보다도 밤에 ?여서 한울을 우럴어 보십시오. 우리는 나제 보지 못하든 아름답움을, 그곳에서, 볼 수도 잇고 늣길 수도 있습니다. 파릇한 별들은 오히려 ?여잇섯서 애처롭게도 긔운있게도 몸을 ?며 永遠을 소삭입니다. 엇든는, 새벽에 저가는 오묘한 달빗치, 애틋한 한?각, 崇嚴한 彩雲의 多情한 치마를 비러, 그의 可憐한 한두 줄기 눈물을 문지르기도 합니다. 여보십시오, 여러분. 이런 것들은 적은 일이나마, 우리가 대나제는 보지도 못하고 늣기지도 못하든 것들입니다.

여이발사 외

나도향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662 4 0 54 2014-08-15
나도향의 단편소설이다. 입던 네마키(자리옷)를 전당국으로 들고 가서 돈 오십 전을 받아 들었다. 깔죽깔죽하고 묵직하며 더구나 만든 지가 얼마 되지 않은 은화 한 개를 손에다 쥐일 때 얼굴에 왕거미줄같이 거북하고 끈끈하게 엉켰던 우울이 갑자기 벗어지는 듯하였다. 오챠노미즈 다리를 건너 고등여학교를 지나 순천당병원 옆길로 본향을 향하여 걸어가면서 길거리에 있는 집들의 유리창이라는 유리창은 남기지 않고 들여다보았다. 그 유리창을 들여다볼 때마다 햇볕에 누렇게 익은 맥고모자 밑으로 유대의 예언자 요한을 연상시키는 더부룩하게 기른 머리털이 가시덤불처럼 엉클어진데다가 그것이 땀에 젖어서 장마 때 뛰어다니는 개구리처럼 된 것이 그 속에 비칠 때, '깎기는 깎어야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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