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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렵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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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1 2 0 1 2017-01-30
물 속에 들어서서 한참 그물을 끌고 다닐 때에는 오직 고기를 그물 안으로 몰아넣을 거기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힘이 듦도 더움도 모두 잊고 지낼 수 있으나, 일단 그물을 놓게만 되면 제정신으로 돌아와 오력이 폭삭함을 느끼게 되고 숨이 턱턱 막힘을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등이 델 것을 염려하여 헌 셔츠 나부랭이를 걸치고 나서기는 한 것이었으나 오늘의 볕은 어찌도 내려눌렀던 것인지 그 볕의 위력에는 셔츠도 소용이 없었다. 어깨가 어지간히 쓰린 것이 아니다. 며칠 동안을 연거퍼 하여 왔으되 이렇게 심하진 않던 것이 오늘 하루에 등은 익을 대로 다 익었나 보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세수를 하려니까 목덜미에 손이 갈 때마다 뜨끔뜨끔 쓰리다.

문학적 자서전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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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4 2 0 1 2017-01-30
무슨 진리를 밴 알이나 품듯이 그 무엇을 동경하면서 『파우스트』를 품고 깡그리 거기에 정열을 기울이며 침식을 잊은 십팔 세의 소년, 그것이 문학의 문으로 들어가게 되던 시초의 나였다. 왜 그런 소년이 되었는지 나는 지금도 그것은 모른다. 다만 소학교를 졸업하게 되자, 소학생 적에 보아 오던 잡지인 《학원》은 책상 위에 놓기가 싫어서 《창조》니 《서광》이니《서울》이니 하는 잡지로 바꾸어 놓게 된 것이 그 동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따름이다.

한국문단 측면사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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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1 2 0 1 2017-01-30
이것은 1·4후퇴 때 피난지 제주도에서 ‘합동통신 제주지사’주최로 열렸던 하기대학 강좌에서‘문학강좌’를 더럽혔던 문단 이야기의 메모 보충 이다. 그 당시의 제목은‘신문학 30년사’라고 붙였던 것이나 문학사와는 이야기의 성질이 전연 다른 이질적인 것이므로‘40년 문단 회고담’이라고 개제하여 발표하기로 한다.

자기를 잊는 구상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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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1 2 0 1 2017-01-30
역시 가을이면 받는 것이 독서의 유혹이다. 이것은 지식의 욕심에서라기 보다는 취미에서 오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자기를 잊는 무아(無我)의 경지(境地)에 있을 때 누구나 거기서 무한한 취미를 느끼게 되거니와 이 무아의 취미가 사람에게는 가장 으뜸가는 취미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취미에 한번 무젖어 들기만 하면 거기서 졸연히 헤어나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 상정이다.

작품의 구성무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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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1 2 0 1 2017-01-30
20세기의 소설은 종래의 구성법을 무시하고 새로운 한 틀을 시험하면서 성공하고 있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가 그것이오 조이스의「율리시스」,프루스트의「잃어진 때를 찾아서」, 그리고 이번 대전 후 싸르트르의 「자유에의 길」들이 현저한 것으로 이들 작품은 20세기 신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 논의가 되어 옴과 동시에 그 영향은 세계 문단의 구석구석에까지 파급이 되면서 있다.

문예작품의 영화화 문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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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801 2 0 1 2017-01-30
문예 작품의 영화화는 지금 우리나라의 실정으로서는 자못 곤란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문예 작품의 독자로 볼 때, 그 수 2천을 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단행본 초판 2천 부가 연여(年餘)를 경과하고도 완전 소화가 불능한 것이, 아니 그것도 다소 이질적인 것에 한한 것이요, 순문예 작품에 이르러서는 2천도 지난한 것이 사실이다. 순문예 작품의 독자라는 것은 학생층, 연중(然中)에도 문학을 연구하는 극소수의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이러한 독자층을 상대로 하는 영화는 지난이라고 함보다 차라리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봄이 마땅할 것이다.

목가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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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7 2 0 1 2017-01-30
“이번에는 네 처까지 다 데리고 올라가게 하고 내려왔지?” 내가 집으로 내려온 날 밤에 아버지는 나를 불러 앉히더니 이렇게 물으신다. 봄에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이제는 돈을 아니 주시겠다고 하시므로, 이번까지 돈을 주시면 내 아내까지 다 서울로 데려다 살림을 하겠다고 굳이 졸라서 그때에도 또 돈 3백 원을 가지고 올라갔던 것이므로, 이번 내려오면 으레 이러한 말씀은 들으리라, 예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되지는 못하였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캉가루의 조상이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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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81 2 0 1 2017-01-30
실제를 이상화하기는 쉬워도 이상을 실제화하기는 그렇게도 어려운 듯하다. 문보가 약혼을 하였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할 적에도 이상과는 너무 멀었던 사실이다. ‘내가 약혼을 하다니!’ 앞길의 판재에 현재를 더듬어 미래를 내다볼 땐 천생에 죄를 지은 듯이 마음이 두렵다.

인간적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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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7 2 0 1 2017-01-30
바람은 아닌 것 같다. 유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판장까지 울린다. 분명히 무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다. ‘환잔가?’ “여보세요!” 부르기까지 한다. 틀림없는 사람이다. 뜨인 눈에 정신이 좀더 새로워진다. 스위치 줄을 당긴다. 짤깍 불빛이 방안에 찬다. 아내의 눈도 뜨인다. “머에요?” “머 환자겠지.” “아이,내버려 두세요,그냥.”

이불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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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6 2 0 1 2017-01-30
남편의 숙직날 밤처럼 근심인 것은 없었다. 취직을 못하였을 적엔 그저 걱정인 것이 밥이더니 인젠 또 잠자리가 적지 않은 걱정이다. 덮을 이불이 갖아서 제각기 따로따로 덮고 지낼 수만 있었으면야 아무리 한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시아버지와 더불어 같이 지내지 못하랴만, 한 이불 속에서 자는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이불 속이라고 하더라도 남편이 집에서 잘 때에는 시아버지가 아랫목에 눕고, 그 다음에 남편이 눕고, 그리고 영숙 자신이 눕고, 그러한 순서로 남편이 사이에 질려 잘 수 있는 밤이면 불편한 대로 그래도 잘 수는 있었지마는, 새 통에 남편이 끼지 않은 그 이불 속엔 아무리 발가락이 얼어 들어와도 시아버지가 덮은 이불을 들치고 들어가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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