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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작품의 영화화 문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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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786 2 0 1 2017-01-30
문예 작품의 영화화는 지금 우리나라의 실정으로서는 자못 곤란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문예 작품의 독자로 볼 때, 그 수 2천을 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단행본 초판 2천 부가 연여(年餘)를 경과하고도 완전 소화가 불능한 것이, 아니 그것도 다소 이질적인 것에 한한 것이요, 순문예 작품에 이르러서는 2천도 지난한 것이 사실이다. 순문예 작품의 독자라는 것은 학생층, 연중(然中)에도 문학을 연구하는 극소수의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이러한 독자층을 상대로 하는 영화는 지난이라고 함보다 차라리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봄이 마땅할 것이다.

목가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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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5 2 0 1 2017-01-30
“이번에는 네 처까지 다 데리고 올라가게 하고 내려왔지?” 내가 집으로 내려온 날 밤에 아버지는 나를 불러 앉히더니 이렇게 물으신다. 봄에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이제는 돈을 아니 주시겠다고 하시므로, 이번까지 돈을 주시면 내 아내까지 다 서울로 데려다 살림을 하겠다고 굳이 졸라서 그때에도 또 돈 3백 원을 가지고 올라갔던 것이므로, 이번 내려오면 으레 이러한 말씀은 들으리라, 예기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되지는 못하였다.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캉가루의 조상이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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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67 2 0 1 2017-01-30
실제를 이상화하기는 쉬워도 이상을 실제화하기는 그렇게도 어려운 듯하다. 문보가 약혼을 하였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할 적에도 이상과는 너무 멀었던 사실이다. ‘내가 약혼을 하다니!’ 앞길의 판재에 현재를 더듬어 미래를 내다볼 땐 천생에 죄를 지은 듯이 마음이 두렵다.

인간적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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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5 2 0 1 2017-01-30
바람은 아닌 것 같다. 유리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판장까지 울린다. 분명히 무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다. ‘환잔가?’ “여보세요!” 부르기까지 한다. 틀림없는 사람이다. 뜨인 눈에 정신이 좀더 새로워진다. 스위치 줄을 당긴다. 짤깍 불빛이 방안에 찬다. 아내의 눈도 뜨인다. “머에요?” “머 환자겠지.” “아이,내버려 두세요,그냥.”

이불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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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4 2 0 1 2017-01-30
남편의 숙직날 밤처럼 근심인 것은 없었다. 취직을 못하였을 적엔 그저 걱정인 것이 밥이더니 인젠 또 잠자리가 적지 않은 걱정이다. 덮을 이불이 갖아서 제각기 따로따로 덮고 지낼 수만 있었으면야 아무리 한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시아버지와 더불어 같이 지내지 못하랴만, 한 이불 속에서 자는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이불 속이라고 하더라도 남편이 집에서 잘 때에는 시아버지가 아랫목에 눕고, 그 다음에 남편이 눕고, 그리고 영숙 자신이 눕고, 그러한 순서로 남편이 사이에 질려 잘 수 있는 밤이면 불편한 대로 그래도 잘 수는 있었지마는, 새 통에 남편이 끼지 않은 그 이불 속엔 아무리 발가락이 얼어 들어와도 시아버지가 덮은 이불을 들치고 들어가는 수가 없다.

편지를 쓰는 요령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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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380 2 0 1 2017-01-30
근미심차시(謹未審此時)로 시작하여 여불비상서(餘不備上書)로 끝을 맺게 되어야 편지로서 그 격식을 갖추었다고 보는 낡아빠진 투를 버리고, 서로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듯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면 되는 것이라고 하는 데 이의는 없겠지마는 역시 형식상의 제약은 받게 되어 있는 것이 편지글이다.

별을 헨다 후기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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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76 2 0 1 2017-01-30
해방 후에 쓴 것만 모았다. 「금단(禁斷)」이 그 첫 작품이었다. 쓰고 나니 해방조선의 편모를 그것도 조그마한 그릇에다 구차하게 담아 놓은 것이 도무지 성이 차지 않아, 이왕이면 다시 한 번 써 볼까 하고 망설이던 즈음,《동아일보(東亞日報)》의 청이 있어 일언에 승낙을 하고 좀더 폭이 넓게 써 본다고 쓴 것이 「별을 헨다」였다.

꿈을 새긴다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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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9 2 0 1 2017-01-30
나는 내 마음을 가지고도 내 마음대로 살아 보지 못한다. 내가 오늘껏 사람을 속여 온 속임이 몇 속임이나 될까. 내가 오늘껏 웃어지지 않는 웃음을 웃어 온 웃음이 몇 웃음이나 될까. 내가 오늘껏 권력의 강압에 고개를 숙여 온 고개가 몇 고개나 될까. 내가 오늘껏 죄 없이 죄의식을 느껴 온 죄의식이 몇 죄의식이나 될까. 이걸 수첩에다 낱낱이 기록을 해 두었더라면 나를 좀더 아는 재미있는 계 산이었을 텐데 이걸 보통으로 살았다.

동창 앞에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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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5 2 0 1 2017-01-30
첫 추위에 한 번 언 창이 좀체 녹질 않는다. 스토브에 불은 연일 지속되건만 대용탄(代用炭)의 기세로는 동창(冬窓)을 녹일 만한 화력을 한 번 올려 보지 못한다. 쓸쓸한 방안이다. 바람 맞은 병아리같이 어깨만 그냥 올라간다. 그러지 않아도 남의 집에 몸을 맡긴 손님처럼 자유에 가난한 마음이 오력(五力)에 자유까지 잃게 되니 도시 몸이 무거운 듯이 흥이 실리지 않는다. 그래도 웃고 지나는 친우들을 보면 해방된 백성의 면모인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풀리다가도 어느새 동창과 같이 얼어들곤 한다.

내가 사는 주변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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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67 2 0 1 2017-01-30
버스를 타고 미아리고개를 터덕이며 넘다가 길음교를 접어들 때 시선이 왼편으로 쏠리게 되면 바로 눈 아래 시멘트 기와를 인 무슨 목장지대 같은 납작한 건물들이 산으로 둘러싸인 오목한 골 안 일대에 지질펀펀하게 깔려 있음을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판에다 찍어낸 듯한 그 집이 그 집 같은 꼭같은 것을 무더기로 쏟아 놓은 그래서 인가(人家)는 아닌 것 같은 생소한 건물임이 쏠린 시선에 좀더 주의를 깊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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