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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왔던 염증의 역정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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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6 2 0 1 2017-01-28
처음으로 내가 소설에 붓을 댈 그 시절에는 아직 문단이라는 존재가 뚜렷하게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았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 시인이 되거나, 소설쓰는 사람을 작가라거나, 그런 명칭으로도 불리우지 않고 그저 문사(文士)라는 일관된 이름으로 통칭이 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인들은 데카당파나 상징파 이야기들을 성히 하였고, 작가는 사실주의나 자연주의 이야기 이외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주로 읽는다는 것이, 시인은 보드레르, 베르테르 등이었고, 작가는 졸라, 프로베르, 모파상 등이었다.

승차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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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4 2 0 1 2017-01-28
복잡한 십자로 같은 곳을 건너야 할 경우에 처하게 되면 나는 항상 버스나 전차를 이용해 가지고 건너간다. ‘고·스톱’이라는 것이 있어, 차를 세우고 사람을 건네 보내고 하는 신호로 안전을 도모해 주기는 하지마는 저쪽까지 채 건너가기도 전에 ‘스톱’이 ‘고’로 바뀌게 되면 진땀을 한참 개어 내어야 되기 때문이다. 정지의 신호가 회전만 되면 이제 갈 길이 허여 되었다고 차들은 그까짓 건너가던 사람들이야 어떻게 되었건, 그저 자기네들에게 허여된 자유만을 행사하는 것이 할 일이라는 듯이 눈 한 번 깜박할 여유도 주지 않고 내닫게 마련이다.

낚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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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0 2 0 1 2017-01-28
나에게 창작 이외의 예기가 있다면 그것은 낚시질일 것이다. 창작과 같이 이십여 년을 즐겨 온 낚시질은 지금 와서는 창작보다도 오히려 나를 유혹하는 편이 더 승하다. 그 어느 한 해에는 붓도 책도 깡그리 다 놓고 해춘이 되자부터 결빙이 될 때까지 일출(日出)과 더불어 집을 떠났다가는 일몰(日沒)과 더불어 강변에 다 알뜰한 미련(未練)을 남겨 놓고 돌아오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 본 일이 있다.

친절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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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89 2 0 1 2017-01-28
내가 열다섯 살이던 그 해 겨울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차를 타 보았다. 행동을 얌전히 가져야 하는 장가를 드는 길이었기 때문에 좀더 몸이 곤하게 되는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일곱 정거장이면 내린다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닌 것이 차는 정거장을 반(半)도 세지 못해서 몸은 지탱할 수 없이 말재었다. 무엇보다 맞받아 나오는 메스꺼움을 참을 길이 없었다. 메스꺼운 덴 동전을 입에다 물면 낫는다는 말을 어디서 얻어 들었던 기억이 있어 일 전짜리 동전 두 닢을 꺼내어 입 안에 넣고 아무리 굴려 보아도 메스꺼움은 멎지 아니하고 갈수록 더해만 왔다.

나의 취미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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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6 2 0 1 2017-01-28
고래(古來)로 낚시질을 가리켜 고상한 취미라고 일컬어 오지만 따집어 말하면 낚시질이란 잔인하기 짝이 없는 취미다. 미물이라고는 하나 살겠다고 구풀거리는 지렁이를 사정없이 동강을 쳐서 낚싯바늘로 훌뚜기를 꿴다든가 팔딱거리는 새우를 거두 절미하여 미끼로 삼는다든가하는 그 살생부터가 잔인한 행동이거니와, 이러한 살생으로서 또 다른 하나의 좀더 대규모인 살생을 도모하므로 만족을 얻자는 것이 결국은 낚시질의 본의(本意)인 것이다.

기교 즉 내용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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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4 2 0 1 2017-01-29
언어가 없이 문장이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문장이 없이 소설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언어라고 다 문장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이 문장이라고 또한 다 소설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어를 정리시켜야 문장이 되는 것이요, 문장을 정리시켜야 소설이 되는 것이다. 이럴진대 소설을 쓰는 데 문장의 정리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문장의 정리가 잘 될수록 잘 된 소설이 되어 질 것이라는 것은 다시 더 두 말이 긴치 않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을 쓰는 데 있어 문장을 보다 더 잘 정리시킬 수 있는 재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위와 예의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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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7 2 0 1 2017-01-29
여름철처럼 사람의 마음이 관대해지는 계절은 없다. 팔뚝과 정갱이를 징그러울 정도로 드러내 놓고 대로상으로 마음대로 활보를 해도 누구 한 사람 눈살을 찌푸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물속일 때는 좀 더 관대하다. 아니, 그 순간 전까지의 예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남녀가 그 물속으로 같이 뛰어들어도 그것은 자유다. 그리하여 예의의 까풀속에서 번열증(煩熱症)을 느끼던 심신은 해방이 된다.

문학사를 통해 본 여성의 비극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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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2 2 0 1 2017-01-29
세계 문학은 여성의 비극사(悲劇史)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겠다. 문학의 역사가 비롯한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명작으로 그 어느 것을 논할 것 없이 모두가 주인공(主人公)이건 부주인공(副主人公)이건 여성이 취급되지 않은 작품이 없고, 또 여성이 취급된 작품이면 거의가 모두 비극으로 그 생애를 마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수많은 작품의 여성 비극사를 이제 여기서 일일이 따져 소상히 발가볼 지면이 없지만, 우리의 입에서 항상 회자되고 있는 작품만을 위선 되는 대로 몇 개 헤집어 보더라도 그것은 그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나마 잔인할 만큼 여성의 비극적 생애를 그려 놓고야 넘어간 것들이다.

시골 노파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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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4 2 0 1 2017-01-29
그러다가 모습을 몰라보고 혹시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까,거의 20년 동안이나 못 뵈온 덕순 어머니라,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면서도 나는 그게 자못 근심스러웠다. 그러나 급기야 차가 와 닿고 노도처럼 복도가 메여 쏟아져 나오는 그 인파 속에서도 조고마한 체구에 유난히 크다란 보퉁이를 이고 재바르게도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한 사람의 노파를 보았을 때,나는 그것이 덕순 어머니일 것을 대뜸 짐작해 냈다. 어디를 가서 단 하룻밤을 자더라도 마치 10년이나 살 것처럼 이것저것 살림살이 일습을 마련해서 보퉁이를 크다랗게 만들어 가지고야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에 시골 있을 때 얻어 들었던 기억이 그 노파의 머리 위의 보퉁이를 보는 순간, 문득 새로웠던 것이다. 출찰구를 다 나와 바로 내 옆..

수업료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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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5 2 0 1 2017-01-29
어제 직원 회의에서 결정을 하기까지는 그까짓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던 것이 막상 이런 여학생들을 정면으로 딱 대하고 보니 수업료를 못 가지고 왔다고 책보를 싸 가지고 당장 돌아가라는 말이 그렇게 수월히 척 나오지 않았다. 자기의 입에서 지금 무슨 말이 나올 것인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그저 전과 같은 국어 시간이거니만 여겨 새끼 제비가 먹을 것을 지니고 돌아오는 어미를 반겨 맞듯이 교단에 올라서자 일제히 경례를 하고 머리를 들어 책을 펼쳐 놓으며 배우고자 반가이 맞아 주는 학생들을 대할 때 선생은 그만 혀가 굳어졌다. 더욱이 서무실에서 지적하여 준 미납자 명부를 보면 전 반(班)의 반수 삼십여 명이 거의가 모두 성적이 좋은 모범생들뿐이었다. 언제나 이 애들 때문에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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