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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감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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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6 2 0 1 2017-01-29
1만 5천 원 월급으로 네 식구가 한 달 동안 사는 재주는 없었다. 아무리 바득바득 악을 써 보았댔자 그건 턱에도 당치 않는 노력이었다. 그래도 좀 피울 날이 있겠지 하고 당치도 않은 예산을 우겨 가며, 이것저것 옷가지를 팔아대어 보았으나, 피울 날은커녕은, 이젠 그나마 뒤조차 대일 여유도 없다. 이제 남았다는 건 꼭 벨벳 치마감이 한 의장 밑에 덩실하니 들어 있을 뿐이다. 이건 남편도 모르게 깊숙이 간직하고 아끼던 치마감이다. 여기엔 차마 손이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 이것까지 마저 팔아먹으면 무얼 입고 나 다녀야 되나, 지금도 아내는 혼자 속으로 내일은 또 팔아야 할 쌀 걱정을 하다가.

설수집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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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0 2 0 1 2017-01-29
겨울 밤에 국수 추렴이란 참 그럴듯했다. 게다가 양념이 닭고기요, 국물이 동치미일 때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이 겨울에도 마을 앞 주막에서 국수를 누르게 되자부터 욱이네 사랑에서 일을 하던 젊은 축들도 이 국수에다 구미를 또 붙이게 되었다. 자정이 가까워 배가 출출하게 되면 국수에 구미가 버쩍 동해서 도시일이 손에 당기지 않았다. 참다참다 못해서 “제기랄 또 한 그릇씩 먹구 보지.” 누가 걸핏 말만 꺼내도 이런 제의가 나오기를 기다리고나 있었던 듯이 모두들

소설가란 직업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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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0 2 0 1 2017-01-29
“소설가가 생활에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런 말을 들었다. 제주도에서였다. 피난 첫 해인 그 해를 나는 제주읍 ‘카네이션’이란 다방에서 지냈다. 커피의 향훈에 취해서가 아니었다. 향락에 취해서도 물론 아니었다. 있을 곳이 없어서였다. 살겠다고 난을 피하여 이 절해(絶海)의 고도(孤島)에까지 흘러온 몸이라 끝까지 살기 위하여 뻗대어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탐라 점철 초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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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82 2 0 1 2017-01-30
야하아, 해녀(海女) 하늘 끝과 맞닿은 듯이 보아도 보아도 끝도 없는 마안한 바다, 하얗다 하얗다 못해서 새파랗게 짙은 비취빛의 물결, 이 물결이 길을 넘어 뛰는 파도, 파도의 주악 속에 고스란히 잠긴 바다, 이 바다 위에 해녀는 떴다. 머리에다는 수건을 동이고, 적삼으로는 유방(乳房)을 가리우고, 잠방이로는 하복부(下腹部)를 거뜬히 감춘 다음, 팔목에다는‘피창’을 걸고, 가슴에다는 ‘태박’을 가슴에다 안고 휘파람을 휘이휘 불면서 개구리처럼 버지럭버지럭 물을 밀고 나간다. 나가다가는 곤두박질을 친다.

자랑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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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96 2 0 1 2017-01-30
가만 보면 자랑하려는 마음처럼 무서운 마음은 없는 것 같다. 자기를 자랑하려고 내세우려면 우선 자기 이외의 세력은 꺾어내려야 자기의 자랑이 되니까, 그런 마음의 눈앞에는 물도 불도 보이지를 않게 된다. 사람을 욕하고 해하는 것도 결국은 자랑에서 나오는 마음이요, 사람에게 인자하고 선을 베푸는 것도 기실은 자랑에서 나오는 마음이다. 심지어는 술 한 잔 마시는 데도 자랑이 있다. 술을 그 도가 지나치면 후에 미칠 고통을 뻐언히 내다보면서도 남보다 잘한다는 게 자랑 같아서 컵에다 늠실늠실하게 채워 놓은 잔을 태연하게 단숨에 들이키는 우둔을 감행하는 것도 그렇거니 와, 고루 거각에서 영화를 꿈꾸는 것도 자랑에서 나오는 마음이요

천렵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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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189 2 0 1 2017-01-30
물 속에 들어서서 한참 그물을 끌고 다닐 때에는 오직 고기를 그물 안으로 몰아넣을 거기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힘이 듦도 더움도 모두 잊고 지낼 수 있으나, 일단 그물을 놓게만 되면 제정신으로 돌아와 오력이 폭삭함을 느끼게 되고 숨이 턱턱 막힘을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 등이 델 것을 염려하여 헌 셔츠 나부랭이를 걸치고 나서기는 한 것이었으나 오늘의 볕은 어찌도 내려눌렀던 것인지 그 볕의 위력에는 셔츠도 소용이 없었다. 어깨가 어지간히 쓰린 것이 아니다. 며칠 동안을 연거퍼 하여 왔으되 이렇게 심하진 않던 것이 오늘 하루에 등은 익을 대로 다 익었나 보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세수를 하려니까 목덜미에 손이 갈 때마다 뜨끔뜨끔 쓰리다.

문학적 자서전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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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1 2 0 1 2017-01-30
무슨 진리를 밴 알이나 품듯이 그 무엇을 동경하면서 『파우스트』를 품고 깡그리 거기에 정열을 기울이며 침식을 잊은 십팔 세의 소년, 그것이 문학의 문으로 들어가게 되던 시초의 나였다. 왜 그런 소년이 되었는지 나는 지금도 그것은 모른다. 다만 소학교를 졸업하게 되자, 소학생 적에 보아 오던 잡지인 《학원》은 책상 위에 놓기가 싫어서 《창조》니 《서광》이니《서울》이니 하는 잡지로 바꾸어 놓게 된 것이 그 동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따름이다.

한국문단 측면사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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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8 2 0 1 2017-01-30
이것은 1·4후퇴 때 피난지 제주도에서 ‘합동통신 제주지사’주최로 열렸던 하기대학 강좌에서‘문학강좌’를 더럽혔던 문단 이야기의 메모 보충 이다. 그 당시의 제목은‘신문학 30년사’라고 붙였던 것이나 문학사와는 이야기의 성질이 전연 다른 이질적인 것이므로‘40년 문단 회고담’이라고 개제하여 발표하기로 한다.

자기를 잊는 구상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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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0 2 0 1 2017-01-30
역시 가을이면 받는 것이 독서의 유혹이다. 이것은 지식의 욕심에서라기 보다는 취미에서 오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자기를 잊는 무아(無我)의 경지(境地)에 있을 때 누구나 거기서 무한한 취미를 느끼게 되거니와 이 무아의 취미가 사람에게는 가장 으뜸가는 취미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취미에 한번 무젖어 들기만 하면 거기서 졸연히 헤어나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 상정이다.

작품의 구성무시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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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0 2 0 1 2017-01-30
20세기의 소설은 종래의 구성법을 무시하고 새로운 한 틀을 시험하면서 성공하고 있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가 그것이오 조이스의「율리시스」,프루스트의「잃어진 때를 찾아서」, 그리고 이번 대전 후 싸르트르의 「자유에의 길」들이 현저한 것으로 이들 작품은 20세기 신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 논의가 되어 옴과 동시에 그 영향은 세계 문단의 구석구석에까지 파급이 되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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