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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 즉 내용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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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6 2 0 1 2017-01-29
언어가 없이 문장이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이, 문장이 없이 소설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언어라고 다 문장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이 문장이라고 또한 다 소설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언어를 정리시켜야 문장이 되는 것이요, 문장을 정리시켜야 소설이 되는 것이다. 이럴진대 소설을 쓰는 데 문장의 정리가 절대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문장의 정리가 잘 될수록 잘 된 소설이 되어 질 것이라는 것은 다시 더 두 말이 긴치 않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을 쓰는 데 있어 문장을 보다 더 잘 정리시킬 수 있는 재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위와 예의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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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19 2 0 1 2017-01-29
여름철처럼 사람의 마음이 관대해지는 계절은 없다. 팔뚝과 정갱이를 징그러울 정도로 드러내 놓고 대로상으로 마음대로 활보를 해도 누구 한 사람 눈살을 찌푸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물속일 때는 좀 더 관대하다. 아니, 그 순간 전까지의 예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남녀가 그 물속으로 같이 뛰어들어도 그것은 자유다. 그리하여 예의의 까풀속에서 번열증(煩熱症)을 느끼던 심신은 해방이 된다.

문학사를 통해 본 여성의 비극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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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55 2 0 1 2017-01-29
세계 문학은 여성의 비극사(悲劇史)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겠다. 문학의 역사가 비롯한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명작으로 그 어느 것을 논할 것 없이 모두가 주인공(主人公)이건 부주인공(副主人公)이건 여성이 취급되지 않은 작품이 없고, 또 여성이 취급된 작품이면 거의가 모두 비극으로 그 생애를 마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수많은 작품의 여성 비극사를 이제 여기서 일일이 따져 소상히 발가볼 지면이 없지만, 우리의 입에서 항상 회자되고 있는 작품만을 위선 되는 대로 몇 개 헤집어 보더라도 그것은 그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나마 잔인할 만큼 여성의 비극적 생애를 그려 놓고야 넘어간 것들이다.

시골 노파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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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6 2 0 1 2017-01-29
그러다가 모습을 몰라보고 혹시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까,거의 20년 동안이나 못 뵈온 덕순 어머니라,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면서도 나는 그게 자못 근심스러웠다. 그러나 급기야 차가 와 닿고 노도처럼 복도가 메여 쏟아져 나오는 그 인파 속에서도 조고마한 체구에 유난히 크다란 보퉁이를 이고 재바르게도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한 사람의 노파를 보았을 때,나는 그것이 덕순 어머니일 것을 대뜸 짐작해 냈다. 어디를 가서 단 하룻밤을 자더라도 마치 10년이나 살 것처럼 이것저것 살림살이 일습을 마련해서 보퉁이를 크다랗게 만들어 가지고야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에 시골 있을 때 얻어 들었던 기억이 그 노파의 머리 위의 보퉁이를 보는 순간, 문득 새로웠던 것이다. 출찰구를 다 나와 바로 내 옆..

수업료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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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48 2 0 1 2017-01-29
어제 직원 회의에서 결정을 하기까지는 그까짓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던 것이 막상 이런 여학생들을 정면으로 딱 대하고 보니 수업료를 못 가지고 왔다고 책보를 싸 가지고 당장 돌아가라는 말이 그렇게 수월히 척 나오지 않았다. 자기의 입에서 지금 무슨 말이 나올 것인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그저 전과 같은 국어 시간이거니만 여겨 새끼 제비가 먹을 것을 지니고 돌아오는 어미를 반겨 맞듯이 교단에 올라서자 일제히 경례를 하고 머리를 들어 책을 펼쳐 놓으며 배우고자 반가이 맞아 주는 학생들을 대할 때 선생은 그만 혀가 굳어졌다. 더욱이 서무실에서 지적하여 준 미납자 명부를 보면 전 반(班)의 반수 삼십여 명이 거의가 모두 성적이 좋은 모범생들뿐이었다. 언제나 이 애들 때문에 시간..

치마감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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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28 2 0 1 2017-01-29
1만 5천 원 월급으로 네 식구가 한 달 동안 사는 재주는 없었다. 아무리 바득바득 악을 써 보았댔자 그건 턱에도 당치 않는 노력이었다. 그래도 좀 피울 날이 있겠지 하고 당치도 않은 예산을 우겨 가며, 이것저것 옷가지를 팔아대어 보았으나, 피울 날은커녕은, 이젠 그나마 뒤조차 대일 여유도 없다. 이제 남았다는 건 꼭 벨벳 치마감이 한 의장 밑에 덩실하니 들어 있을 뿐이다. 이건 남편도 모르게 깊숙이 간직하고 아끼던 치마감이다. 여기엔 차마 손이 나가지 않았다. 그러니 이것까지 마저 팔아먹으면 무얼 입고 나 다녀야 되나, 지금도 아내는 혼자 속으로 내일은 또 팔아야 할 쌀 걱정을 하다가.

설수집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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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32 2 0 1 2017-01-29
겨울 밤에 국수 추렴이란 참 그럴듯했다. 게다가 양념이 닭고기요, 국물이 동치미일 때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이 겨울에도 마을 앞 주막에서 국수를 누르게 되자부터 욱이네 사랑에서 일을 하던 젊은 축들도 이 국수에다 구미를 또 붙이게 되었다. 자정이 가까워 배가 출출하게 되면 국수에 구미가 버쩍 동해서 도시일이 손에 당기지 않았다. 참다참다 못해서 “제기랄 또 한 그릇씩 먹구 보지.” 누가 걸핏 말만 꺼내도 이런 제의가 나오기를 기다리고나 있었던 듯이 모두들

소설가란 직업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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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2 2 0 1 2017-01-29
“소설가가 생활에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런 말을 들었다. 제주도에서였다. 피난 첫 해인 그 해를 나는 제주읍 ‘카네이션’이란 다방에서 지냈다. 커피의 향훈에 취해서가 아니었다. 향락에 취해서도 물론 아니었다. 있을 곳이 없어서였다. 살겠다고 난을 피하여 이 절해(絶海)의 고도(孤島)에까지 흘러온 몸이라 끝까지 살기 위하여 뻗대어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탐라 점철 초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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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493 2 0 1 2017-01-30
야하아, 해녀(海女) 하늘 끝과 맞닿은 듯이 보아도 보아도 끝도 없는 마안한 바다, 하얗다 하얗다 못해서 새파랗게 짙은 비취빛의 물결, 이 물결이 길을 넘어 뛰는 파도, 파도의 주악 속에 고스란히 잠긴 바다, 이 바다 위에 해녀는 떴다. 머리에다는 수건을 동이고, 적삼으로는 유방(乳房)을 가리우고, 잠방이로는 하복부(下腹部)를 거뜬히 감춘 다음, 팔목에다는‘피창’을 걸고, 가슴에다는 ‘태박’을 가슴에다 안고 휘파람을 휘이휘 불면서 개구리처럼 버지럭버지럭 물을 밀고 나간다. 나가다가는 곤두박질을 친다.

자랑 (한국문학전집: 계용묵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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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209 2 0 1 2017-01-30
가만 보면 자랑하려는 마음처럼 무서운 마음은 없는 것 같다. 자기를 자랑하려고 내세우려면 우선 자기 이외의 세력은 꺾어내려야 자기의 자랑이 되니까, 그런 마음의 눈앞에는 물도 불도 보이지를 않게 된다. 사람을 욕하고 해하는 것도 결국은 자랑에서 나오는 마음이요, 사람에게 인자하고 선을 베푸는 것도 기실은 자랑에서 나오는 마음이다. 심지어는 술 한 잔 마시는 데도 자랑이 있다. 술을 그 도가 지나치면 후에 미칠 고통을 뻐언히 내다보면서도 남보다 잘한다는 게 자랑 같아서 컵에다 늠실늠실하게 채워 놓은 잔을 태연하게 단숨에 들이키는 우둔을 감행하는 것도 그렇거니 와, 고루 거각에서 영화를 꿈꾸는 것도 자랑에서 나오는 마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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