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기우제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21)

이무영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85 2 1 67 2016-10-02
너무도 가뭄이 심해서 기우제를 올리기도 했는데 마침 일요일이고 하니 놀러오라는 박 면장의 초청을 받은 배 해군 장교 부처가, 농민 작가니 당신도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권해 왔다. 나도 내 아내를 동반하고 박면 기우제 장소에 이르니 뜻밖에도 논 가운데 있는 우물가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기우제는 대개 산 아니면 천변이 었던지라 까닭을 물었더니 박 면장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안에 나오는 사람의 이름은 박 면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위에서 와 아래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가명이다.

아침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22)

이무영 | 도디드 | 900원 구매
0 0 358 2 0 67 2016-10-02
“아쉰 대루 언문이나 깨쳐둘 것을…” 이틀에 한 번씩 오는 늙은 우체부한테서 편지를 받아든 윤 서방은 뒤늦게야 이런 후회를 해본다. 어쩌다 보니 반절도 못 깨우친 채로 환갑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그까짓 언문이 무슨 글값에나 가느냐는 되잖은 생각에 남들이 배울 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다. 그러다가 남들이「토끼전」이니「심청전」이니 하는 이야기책을 보고 구수하니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가는 언문글도 아쉬운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때는 이미 머리가 커져서 새삼스러이 언문을 배우기가 열쩍은 생각이 들어서 이래저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이단자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10)

이무영 | 도디드 | 800원 구매
0 0 319 2 0 66 2016-09-29
네로의 포악성에 준은 걷잡을 수 없는 흥분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폈다 하고 있었다. 섰다앉았다 한 것도 몇 번인지 모른다. 일어서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는 자기 뒤에 수백 명 관중이 앉아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양쪽 팔꿈받이를 짚고 엉거주춤 선채였었다. 뒤에서 앉으라고 소리를 친다. 그는 그 소리를 듣고야 주저앉던 것이었다. 그러나 잘못했다는 의식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앉으라는 고함소리가 나니까 무섭게 찔금해서 주저앉는 것을 보면 그가 자기의 행동에 대한 판단력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았다.

산장소화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01)

이무영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87 2 0 74 2016-09-29
일년 가야 귀떨어진 동전 한푼 생산이 없이 곶감 꼬치 빼어먹듯 쏙쏙 빼어먹던 그들이 Y씨의 알선으로 시골로 옮아앉기로 결정하자 마침 얌전한 집이 서울서도 멀지 않은 G역에 났단 말을 듣고는 그날로 집을 보러 갔던 어머니는 입에 침이 마르게 집과 집주인을 함께 추켜세웠다. 물론 탐탁하게 생각지 않으시려니 하고 은근히 걱정하던 그들은 되레 어머니 태도에 적이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서도 웬만한 집은 거들떠보시지도 않는 어머니에게 아무리 시골집이 묘하기로서니 어머니 눈에 찰 리가 만무했던 까닭이다.

소녀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02)

이무영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75 2 0 61 2016-09-29
어서 겨울이 왔으면 하는 것이 소녀의 기원이었다. 하루에 밤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왔으면 했다. 그래서 어서 이 달이 가고 새달이 오고, 그 새달이 또 가고 했으면 싶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고 바람이 앵앵 불어대고 물이 꽝꽝 얼어붙고 했으면 오죽 좋으랴 했다. 그렇다고 소녀가 다른 아이들처럼 썰매를 타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얼음을 지치고 싶어서도 아니다. 맞은편 과장 집 딸처럼 하이얀 털외투가 생겨서 그것을 입어지자고 겨울을 그렇게 골똘하게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숙경의 경우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03)

이무영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564 2 0 81 2016-09-29
잘못을 저질렀다고 깨달은 순간 숙경은 현의 뺨을 찰싹 후려갈기고 말았다. 순간의 발작이었다. 아니 착각이었다. 만일에 때린다면 현이 숙경이를 때렸어야 할 것이었다. 선손을 건 것도 숙경이었다. 오늘 현한테 그럴 의사가 없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숙경이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아니 오늘뿐이 아니라, 현은 그런 생각을 감히 품어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현이 숙경을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살뜰히 사랑한다. 숙경이가 만일에 사랑의 대가로서 현이 가지고 있는 일체를 요구했대도 감격해서 바쳤을 현이었다. 이 사랑의 대가란 반드시 숙경의 전부를 의미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시신과의 대화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04)

이무영 | 도디드 | 1,200원 구매
0 0 319 2 0 51 2016-09-29
풀이 죽어서 병원 문을 나오던 장 교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꿈이 아닌가 해서다. 간밤 꿈에도 병원 문밖을 나오려니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젯밤 꿈처럼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소나기는 아니었지만 눈이 쏟아진대도 망발이 아닐 섣달에 비가 오고 있는 것이다. 순간 장 교수는 간밤 꿈의 연장인 것처럼 느끼어졌다. 그러기를 바라서 일지도 모른다. 사실 꿈이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그는 병원 간판을 다시 한번 돌아다보았다. 역시 틀림없는 김 내과다. 꿈에도 그랬었다. 암이라니, 너무도 뜻밖이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서였다. 그럴 수가 있으랴, 시체와 삼 년을 산 자기한테 또 하나의 시체가 안겨질 수는 없다 싶었던 것이다.

안달소전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05)

이무영 | 도디드 | 800원 구매
0 0 315 2 0 72 2016-09-29
권안달도 이 동네의 다른 열세 집과 같이 단양댁의 논 몇 마지기와 밭 몇뙈기를 얻어부치어 권안달의 말을 본다면 그 덕으로 거미가 입에 줄을 못치고 있는 셈이다. 원래가 크지도 못한 키에다가 양쪽 어깨가 차악 내려앉고 그나마도 상반신에 비해서 하지가 짧은 편이라서 얼핏 보기에는 어딘지 생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니 자연 얼굴도 큰 편이 못되고 햇볕에 탄 황토색 살빛과 유난히 노란 수염이 그것도 이면치레로 몇가닥 나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던히 옹졸한 인상을 준다. 만일 그의 눈이 가로 찢어지지만 않았더라도 그 왕방울 같은 두 눈이 초라한 체구와 옹졸한 얼굴이 주는 인상을 어느 정도까지는 보받침을 해주었을는지도 모른다.

연사봉 (한국문학근대선: 이무영 06)

이무영 | 도디드 | 800원 구매
0 0 363 2 0 69 2016-09-29
자동차가 한강 철교에 들어섰을 때가 정각 여덟시 오분 전이었으니까 틀림없는 정각인데 내려보니 학생들은 간데가 없다. 혹시 시계가 쉬지나 않았나 싶어 귀에다 대어보기도 했으나 째깍째깍 영락없이 잘 간다. 그래도 의심할 것은 시계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지금 대학생들이라 하지마는 명색이 선생이라고 하는 사람을 하이킹 가자고 끌어내어놓고 단 한 녀석도 코빼기를 보이지 않는달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태수는 버스를 기다리는 자기 나이가 되었음직한 중년 사나이를 골라서 자기 시계와 맞추어도 보았으나 여덟시는 정녕코 여덟시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자기 눈을 또 의심해보는 도리밖에 없다. 마흔여섯이라는 나이도 있었거니와 과거에는 중학교 교사를 십 년, 해방 후에는 대학의 생물학 교..

용자소전 (한국근대문학선: 이무영 07)

이무영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361 2 0 88 2016-09-29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구(警句)가 책 속에 씌어 있기나 한 것처럼 초록빛 부사견을 늘인 책장에서 책을 나르기 시작한 후로의 용자는 말이 적어졌다. 원래 말이 적은 아이고 나이보다는 조숙하여서 철학자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용자라 단 하나뿐인 오랍 동생이면서도 일년 가야 서로 이야기하는 일도 없는 우리 남매였다. 나는 용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떠한 취미를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언젠가 나의 책꽂이에서 하이네니 바이런이니 하는 시집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겼는데 그것이 용자가 빼가는 것인 줄을 알고서야 나는 용자가 문학에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었다―그러나 웬일인지 그런 후로는 원래 말이 적은 아이기는 하지마는 도통 집안에서도 입을 벌리..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kr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