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67

한국문학전집177: 아씨와 안잠이

윤기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96 2 0 54 2016-04-30
“여보게 게 있나? 세숫물 좀 떠오게." 여태까지 세상모르고 자거나 그렇지 않으면 깨서라도 그저 이불 속에 드러누워 있을 줄만 안 주인아씨의 포달부리는 듯한 암상스런 음성이 안방에서 벼락같이 일어나 고요하던 이 집의 아침공기를 뒤흔들어 놓았다. “내! 밥퍼요.” 새로 들어온 지 한달 쯤밖에 안 되는 노상 앳된 안잠재기가 밥 푸던 주걱을 옹솥 안에다 그루박채 멈칫하고서 고개를 살짝 들어 부엌 창살을 향하고 소리를 지른다. “떠오고 나선 못 푸나 어서 떠와 잔소리 말고.” 먼저보다도 더 한층 독살이 난 째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지간히 약이 오른 모양이다.

한국문학전집178: 사생아

윤기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94 2 0 55 2016-04-30
“어머니, 저어 정옥이는 가방매고 학교에 가” 아침밥을 먹고 좀 가뻐서 방바닥에 그대로 드러 누워 있던 경애의 가슴은 이 소리에 바늘로나 찔리는 것처럼 뜨끔하였다. ‘저게 머 내자식인가 아무 때든 제 애비가 찾아가면 고만일걸’ 하고 아주 정떨어지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무리 외할머니가 흠살굽게하고 엄뚜드린다 하더라도 외삼촌의 변변치않은 벌이로 겨우겨우 입에 풀칠만 하다시피 살아가는 외가라 밥먹을 때면 눈칫밥을 먹이는 것 같고 조금만 시침한 소리를 들어도 눈총을 받는 것 같아 아무튼 제 간줄기에서 딸려진 자식이라 가슴이 뭉클하고 두눈에서 더운 눈물이 핑 돈다. 그럴적마다 시골 제 애비한테로 당장 내리쫓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났다. 허나 몇 번 편지로 데려 내려가라고..

한국문학전집179: 원수로 은인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18 2 0 55 2016-04-30
군언(君彦) 이주국(李柱國)이 무과총사(武科總使)로서 처음으로 제장을 통솔하여 한강의 모래밭에 군기를 배열하고 습진(習陣)을 벌린 것은 정조 기유(正祖己酉) 이월, 부는 바람도 아직은 으시시한 이른 새벽이었다. 『무(武)는 숙(肅)이니, 제장의 명을 준용하라.』 『군법에 거역하는 자는 일호의 가차 없이 처형 하리라.』 높이 우는 말의 울음. 새벽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포라 소리. 눈코 뜰 수 없이 어수선한 사이로, 목소리를 가다듬어 이 같이 명령을 내리는 주국의 태도는 말할 수 없이 늠름하였다.

한국문학전집180: 우연의 기적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22 2 0 56 2016-04-30
김진사(金進士)는 그 동안 몇해를 두고 아들의 혼담이 거의 결말이 나다가 도 종당은 이상스런 소문에 파혼이 되고 말고 되고 말고 해서 인제는 아마 도 내 대에 와서 절손이 되고 마는가 보다하고 절망을 한 것이 이번에 뜻 밖에 혼담이 어렵지 않게 성립되고 택일날자까지 받아 놓았은즉 의당 기뻐 서 날뛸 일이고 혼수만단에 안팎으로 드나들며 수선깨나 늘어 놓을 것인데 실상은 택일 첩지를 받은 날부터 안방에 꽉 들어 백혀 앉아서 무슨 의논인 지 부인 곽씨와 수군거리기를 이틀이나 하였다.

한국문학전집182: 보은단 유래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52 2 0 54 2016-04-30
선조(宣祖) 十八[십팔]년 임오(壬午) 가을 어느날 아침이었다. 왕께서는 일찍부터 근정전에 납시어 모든 신하들의 예궐을 기다리고 계시 었다. 왕께서 이렇게 일찍부터 ─ 신하가 예궐하기 전에 근정전에 납셔 조회를 기다리시는 전례가 없었다. 왕은 우수의 빛을 용안에 가득히 실으시고 용상 앞을 거니신다. 벌써 반 시간 동안이나 이처럼 묵묵히 거니시며 이따금 넓은 뜰을 내어다 보신다. 오늘에 한해서 특히 늦은 것은 아니지마는 왕은 신하들의 태만이 괘씸하시 다는 듯이 불쾌한 눈으로 멀리 대문 쪽을 바라보신다.

한국문학전집183: 홍윤성과 절부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10 2 0 56 2016-04-30
문(文)에는 신숙주(申叔舟). 무(武)에는 홍윤성(洪允成). 이렇듯 그 영명을 당시에 번뜩이던 세조조(世祖朝)의 명신 수옹(守翁) 홍 윤성이 과거에 응시코자 도보(徒步)로 그 고향 회인(懷仁 )을 떠난 것은 경 태삼년(景泰三年) 임신(壬申) 호서(湖西)일대에도 봄소식 무르익는 삼월 하 순이었다. 이십년 가까운 세월을 가난한 그 숙부집에 붙쳐 있으며 밭갈기 논매기 심 지어는 그 숫한 식구가 때야 할 나무까지 해 대느라고 밤낮을 주접속에 묻 혀 지나던 그였으나 그동안에도 잠시 마음을 떠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 벼슬자리를 얻어 사람 구실을 해보자.』 하는 간절한 뜻이었다.

한국문학전집184: 정열의 낙랑공주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08 2 0 62 2016-04-30
무르익었던 봄빛도 차차 사라지고 꽃 아래서 돋아나는 푸르른 새 움이 온 벌을 장식하는 첫 여름이었다. 옥저(沃沮)땅 넓은 벌에도 첫 여름의 빛은 완연히 이르렀다. 날아드는 나비, 노래하는 벌레…… ── 만물은 장차 오려는 성하(盛夏)를 맞기에 분주하였다. 이 벌판 곱게 돋은 잔디 밭에 한 소년이 딩굴고 있다. 그 옷 차림으로 보든지 또는 얼굴 모양으로 보든지 고귀한 집 도령이 분명한데 한 사람의 하인도 데리지 않고 홀로히 이 벌판에서 딩굴고 있다.

한국문학전집187: 순정의 호동왕자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66 2 0 58 2016-04-30
고구려 대무신왕 十五[십오]년. 가을 해가 서편 벌판으로 뉘엿 뉘엿 넘어가려 한다. 바야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고구려의 세력이 한토(漢土)의 낙랑(樂浪)까지도 집어 삼켜서 어제까지도 낙랑의 서울이던 땅이 오늘의 고구려의 一[일] 읍으로 되었다. 그로써 읍의 교외 멀리 패수를 굽어 보는 아담한 재릉에 한 개 새로운 무덤이 서 있었다. 고귀한 사람의 무덤인 듯, 그 앞에 아로새긴 돌이며 무덤의 높이가 보통 평민의 무덤은 아니였다. 그리고 이 근처의 무덤이 모두 한풍(漢風)을 띄운데 반하여 이 무덤만은 고구려풍이다.

한국문학전집188: 이식과 도승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56 2 0 14 2016-04-30
놀라운 실정과 횡포로 민심(民心)을 잃고 있던 광해조(光海朝)에 있어서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기가 죽고 풀이 삭아 이르는 곳마다 침체한 기운이 음산하게 떠도는데 저평(砥平)읍 백아곡(白鵶谷)에 있는 이식(李植)의 집 넓은 바깥 마당에는 여덟살로부터 열아믄 살 쯤 되어 보이는 울망졸망한 아이들의 한떼가 싸움장난에 열중하고 있다. 돌을 모아다 성을 쌓고 홍백군으로 갈리인 두패가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나무 막대기로 된 칼들을 휘두르며 와 ─ 몰려 갔다가 또다시 우 ─ 몰려오고 어린 목이 찢어져라고 고함들을 지르며 놀이하는 모양은 비록 어린 아이들의 장난이지만 입에 침을 삼키게 해주었다.

한국문학전집189: 초췌연화편

윤백남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487 2 0 55 2016-04-30
고려 충선왕(忠宣王)은 이날 밤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번민에 싸이셨다. 넓은 침전 화려한 침구 잠자리가 편찮음도 아니다. 짧은 여름의 밤이니 물론 지루하실 리도 없었다. 바로 곁에는 오늘 한 밤 특히 왕을 모시게 된 명예의 미희가 아름다운 쌍겹눈을 반쯤 내려 감고 왕의 입에서 어떤 분부가 내리기만 고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벌써 몇달을 두고 두고 이렇듯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왕에게는 즐거운 침실도 아름다운 시비도 모두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면 왕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시는 것일가? 원 나라에 남겨 두고 오신 정인! 왕이 석달 전 귀국하시기까지 원 나라에 계시는 오랜 동안에 그렇듯 서로 아끼고 사모하던 그 여인을 못 잊어 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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