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772

한국문학을 읽으며: 연기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49 2 0 40 2019-04-17
눈뜨곤 없더니 이불을 쓰면 가끔씩 잘두 횡재한다. 공동 변소에서 일을 마치고 엉거주춤히 나오다 나 는 벽께로 와서 눈이 휘둥그랬다. 아 이게 무에냐. 누 리끼한 놈이 바로 눈이 부시게 번쩍번쩍 손가락을 펴 들고 가만히 꼬옥 찔러보니 마치 갓 굳은 엿 조각처 럼 쭌득쭌득이다. 얘 이놈 참으로 수상하구나. 설마 뒤깐 기둥을 엿으로 빚어놨을 리는 없을 텐데. 주머니 칼을 꺼내들고 한 번 시험조로 쭈욱 내리어 깎아보았 다. 누런 덩어리 한쪽이 어렵지 않게 뚝 떨어진다. 그 놈을 한데 뭉쳐 가지고 그 앞 댓돌에다 쓱 문대보니 까 아아 이게 황금이 아닌가. 엉뚱한 누명으로 끌려가 욕을 보던 이 황금, 어리다는 이유로 연흥이에게 고랑 땡을 먹던 이 황금, 누님에게 그 구박을 다..

한국문학을 읽으며: 야앵

김유정 | 도디드 | 1,000원 구매 | 500원 7일대여
0 0 257 2 0 26 2019-04-16
향기를 품은 보드라운 바람이 이따괌리 볼을 스쳐 간다. 그럴 적마다 똔잎은 하나, 둘 곽라당괄가당 공 중을 날며 혹은 머리 위고 혹은 옷고름에 사뿐 얹히 기도 한다. 가지가지 나무들 새에 끼여 있는 전등도 밝거니와 피 광선에 아련히 비치어 연분흥 막이나 벌 여 논 듯, 활짝 피어 벌어진 팥들도 곯기도하다. (아이구 ! 꽃도 너닥 피니까 어지럽관 ! ) 경자는 여러 사람플 틈에 끼여 사뚜라나무 델을 거 닐다가 우인히도 콧등에 스치려는 꼴 한 송이를 똑 따들고 한번 느긋하도록 맡아본다. 맡으면 맡을수록 가슴속은 후련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취하는 둔싶다. 둬서너 번 더 코에 들여대다가 이번에는, 「애 ! 이 꽃 좀 맡아 봐」 하고 옆에 따르는 영애 의 코밑에..

한국문학을 읽으며: 옥토끼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2,015 2 0 42 2019-04-16
나는 한 마리 토끼 때문에 자나깨나 생각하였다. 어 떻게 하면 요놈을 얼른 키워서 새끼를 낳게 할 수 있 을까 이것이었다. 이 토끼는 하느님이 나에게 내려주 신 보물이었다. 몹시 춥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내가 아직 꿈속에서 놀고 있을 때 어머니가 팔을 혼들어 깨우셨다. 아침잠 이 번히 늦은데다가 자는데 깨우면 괜스레 약이 오르 는 나였다. 팔꿈치로 그 손을 툭 털어 버리고, 「아이 참 죽겠네.」 골을 이렇게 내자니까,

한국문학을 읽으며: 생의 반려

김유정 | 도디드 | 1,000원 구매 | 500원 7일대여
0 0 2,052 2 0 24 2019-04-16
등무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을지 않은 일일는지 모른다마는 나는 이 이야기를 부득이 시작하지 아니치 못할 그런 동기를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명렬군의 신변에 어떤 불행이 생겼다면 나는 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현재 그는 완전히 타락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타락을 거들어 준, 일테면 조력자쫌 되고 만 폭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단순히 나의 변명만도 아닐 것이다. 또한 나의 사랑하는 동무, 명렬군을 위하여 창다운 생의 기륵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바로 4월 스무 이렛날이었다. 내가 밤중에 명렬군을 찾아간 이유는(하지만 이유랄 건 없고 다만) 잠간 만나보고 싶었다. 그의 집도 역시 사직동이고 우리집과 불과 50여 간 상거밖에 안된다. 그..

한국문학을 읽으며: 슬픈 이야기

김유정 | 도디드 | 1,000원 구매 | 500원 5일대여
0 0 299 2 0 35 2019-04-16
암만 때렸단대도 내 계집을 내가 쳤는 데야 네가 하고 덤비면 나는 참으로 할말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제 계집이기로 개잡는 소리를 가끔 치게 해가지고 옆 집 사람까지 불안스럽게 구는 이것은 넉넉히 내가 꾸 짖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일테면 내가 안해를 가졌다 하고 그리고 나도 저와 같이 안해와 툭축거릴 수 있다면 흑 모르겠다. 장가를 들었어도 얼마든지 퐁 을 수 있을 만치 나이가 그토록 지났는데도 어쩌는 수 없이 삭월셋방에서 이렇게 흘로 등글등글 지내는 놈을 옆방에다 두고 저회끼리만 내외가 투닥투닥하고 또 끼익, 끼익, 하고 이러는 것은 색 잘못된 생각이다. 요즈음 같은 쓸쓸한 가을철에는 웬 셈인지 자꾸만 슬 퍼지고 외로와지고 이래서 밤잠이 제대로 와 주지 않 는 것..

한국문학을 읽으며: 따라지

김유정 | 도디드 | 1,000원 구매
0 0 289 2 0 16 2019-04-17
쪽대문을 열어 놓으니 사직공원이 환히 내려다보인다. 인제는 봄도 늦었나 보다. 저 건너 돌담 안에는 사쿠라꽃이 벌겋게 벌어졌다. 가지가지 나무에는 싱싱한 싹이 돋고, 새침히 옷깃을 핥고 드는 요놈이 꽃샘이겠지. 까치들은 새끼 칠 집을 장만하느라고 가지를 입에 물고 날아들고……. 이런 제기랄, 우리집은 언제나 수리를 하는 겐가. 해마다 고친다, 고친다, 벼르기는 연실 벼르면서. 그렇다고 사직골 꼭대기에 올라붙은 깨웃한 초가집이라서 싫은 것도 아니다. 납작한 처마 밑에 비록 묵은 이엉이 무더기 무더기 흘러내리건 말건, 대문짝 한 짝이 삐뚜로 박히건 말건, 장독 뒤의 판장이 아주 벌컥 나자빠져도 좋다. 참말이지 그놈의 부엌 옆의 뒷간만 좀 고쳤으면 원이 없겠다. ..

한국문학을 읽으며: 땡볕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0 0 332 2 0 44 2019-04-17
우람스레 생긴 덕순이는 바른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안 네거리에 와 다리를 딱 멈추었다. 더위에 익어 얼굴이 벌거니 사방을 둘러본다. 중복 허리의 뜨거운 땡볕이라 길 가는 사람은 저편 처마 밑으로만 배앵뱅 돌고 있다. 지면은 번들번들히 달아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숨이 탁 막힐 만치 무더운 먼지를 풍겨 놓는 것이다. 덕순이는 아무리 참아 보아도 자기가 길을 물어 좋을 만치 그렇게 여유 있는 얼굴이 보이지 않음을 알자, 소맷자락으로 또 한번 땀을 훑어 본다. 그리고 거북한 표정으로 벙벙히 섰다. 때마침 옆으로 지나는 어린 깍쟁이에게 공손히 손짓을 한다. “얘! 대학병원을 어디루 가니?”

한국문학을 읽으며: 심청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 300원 7일대여
0 0 242 2 0 43 2019-04-15
거반 오정이나 바라보토록 요때기를 플산고 누웠던 그는 불현듯 똔을 익으키어 가지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매캐한 방구석에서 흔자 볶을 딴치 볶다가 열벙거지가 번컥 오친면 종로로 뛰어나오는 것이 그의 떠룻이었다. 그러나 종로가 항강 마음에 들어서 그가 거니느냐 하면 그런 것토 아니다. 버릇이 시키는 노룻이라 울분할 때면 마지못하여 건성 싸다닐 뿐 식상은 시끄럽고 더럽고 해서 아탁 애착포 없었다. 말하자면 피의 심청이 별난 것이었다. 곽괄한 젊은 친구가 할 일은 없고 맨날 그낙눋 떤민으로만 지내촌 하니가 나중에 배짱이 돈아앉고 따라 싫청이' 곰지 못하였다. 그는 자기의 불평을 낡의 억굴에 다 침뱉들 땔어붙이기가 일쑤요. 건뜻하면 남의 비위나 긁어놓기로 한 일을 삼는다. ..

한국문학을 읽으며: 봄과 따라지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 300원 7일대여
0 0 223 2 0 39 2019-04-15
지루한 한 겨울동안 꼭 옴츠려졌던 몸뚱이가 이제야 좀 녹고보니 여기가 근질근질, 저기가 근질근질. 등어리는 대구 군실거린다. 행길에 삐죽 섰는 전봇대에 다 비스듬히 등을 비겨대고 쓰적쓰적 부벼도 좋고. 왼팔에 걸친 밥통을 땅에 내려논 다음 그 팔을 뒤로 제쳐올리고 또 바른 팔로 발꿈치를 들어올리고 그리고 긁죽긁죽 긁어도 좋다. 번히는 이래야 원 격식은 격식이로되 그러나 하고 보자면 손톱하나 놀리기가 성가신 노릇. 누가 일일이 그리고만 있는가. 장삼인지 저고린지 알 수 없는 앞자락이 척 나간 학생복 저고리. 허나 삼년간을 내려입은 덕택에 속껍데기가 꺼칠하도록 때에 절었다. 그대로 선 채 어깨만 한번 으쓱올렸다. 툭 내려치면 그뿐. 옷에 몽콜린 때꼽은 등어리를 스을쩍 긁어주고..

한국문학을 읽으며: 이런 음악회

김유정 | 도디드 | 500원 구매 | 300원 7일대여
0 0 227 2 0 26 2019-04-15
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 거리로 나온 것은 그럭저 럭 여섯 점 반이 넘었다. 너펄대는 우와기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며 올라오자니 까, 「얘 !」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너 어디 가니 ?」 이렇게 황급히 묻는 것이다. 나는 삐긋하는 몸을 고 르잡고 돌아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된철이다. 번이 성 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 고 긴 달려듦에는 하고, 「왜 그러 니 ? 」 「너 오늘 콩쿨 음악대횐 거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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