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의 대표적인 단편소설이다.
안협집이 부엌으로 물을 길어 가지고 들어오매 쇠죽을 쑤던 삼돌이란 머슴이 부지깽이로 불을 헤치면서,
"어젯밤에는 어디 갔었습던교?"
하며, 불밤송이 같은 머리에 왜수건을 질끈 동여 뒤통수에 슬쩍 질러맨 머리를 번쩍 들어 안협집을 훑어본다.
"남 어디 가고 안 가고 님자가 알아 무엇 할 게요?"
안협집은 별 꼴사나운 소리를 듣는다는 듯이 암상스러운 눈을 흘겨보며 톡 쏴버린다.
조금이라도 염량이 있는 사람 같으면 얼굴빛이라도 변하였을 것 같으나 본시 계집의 궁둥이라면 염치없이 추근추근 쫓아다니며 음흉한 술책을 부리는 삼십이나 가까이 된 노총각 삼돌이는 도리어 비웃는 듯한 웃음을 웃으면서,
"그리 성낼 게야 무엇 있습나? 어젯밤 안쥔 심바람으로 님자 집을 갔었으니깐두루 말이지."
나도향 은 일제 강점기의 한국 소설가이다. 본명은 나경손이며 필명은 나빈이다. 한성부 용산방 청파계에서 출생하였으며, 배재학당을 졸업하고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중퇴한 뒤 일본에 건너가 고학으로 공부하였다. 1922년 《백조》의 창간호에 소설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장하였다. 이상화, 현진건, 박종화 등과 함께 백조파라는 낭만파를 이루었다. 이듬해 동아일보에 장편 《환희》를 연재하여 19세의 소년 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