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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근대문학선: 계절

천당에 못갈 바에야 공동변소에라도 버릴까?」 겹겹으로 싼 그것을 나중에 보에다 수습하고 나서 건은 보배를 보았다. 「아무렇기로 변소에야 버릴 수 있소.」 자리에 누운 보배는 무더운 듯이 덮었던 홑이불을 밀치고 가슴을 헤쳤다. 멀숙한 얼굴에 땀이 이슬같이 맺혔다. 「그럼 쓰레기통에라도.」 「왜 하필 쓰레기통예요?」 「쓰레기통은 쓰레기만은 버리는 덴 줄 아우― 그럼 거지가 쓰레기통을 들쳐 낼 필요가 없게.」 건은 농담을 한 셈이었으나 보배는 그것을 받을 기력조차 없는 듯하였다. 「개천에다 던질 수밖에.」 「이왕이면 맑은 물 위에 띄워 주세요.」 보배는 얼마간 항의하는 듯한 어조로 말뒤를 채쳤다. 「―땅속에 못 파묻을 바에야 맑은 강물..
천당에 못갈 바에야 공동변소에라도 버릴까?」

겹겹으로 싼 그것을 나중에 보에다 수습하고 나서 건은 보배를 보았다.

「아무렇기로 변소에야 버릴 수 있소.」

자리에 누운 보배는 무더운 듯이 덮었던 홑이불을 밀치고 가슴을 헤쳤다. 멀숙한 얼굴에 땀이 이슬같이 맺혔다.

「그럼 쓰레기통에라도.」

「왜 하필 쓰레기통예요?」

「쓰레기통은 쓰레기만은 버리는 덴 줄 아우― 그럼 거지가 쓰레기통을 들쳐 낼 필요가 없게.」

건은 농담을 한 셈이었으나 보배는 그것을 받을 기력조차 없는 듯하였다.

「개천에다 던질 수밖에.」

「이왕이면 맑은 물 위에 띄워 주세요.」

보배는 얼마간 항의하는 듯한 어조로 말뒤를 채쳤다.

「―땅속에 못 파묻을 바에야 맑은 강물 위에나 띄워 주세요.」

「고기의 밥 안되면 썩어서 흙되기야 아무데 버린들 일반 아니요?」

하고 대꾸를 하려다가 건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효석은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이때 만난 친구로는 영문학자이자 법학자이며 제헌국회에서 헌법을 기초하는데 참여한 유진오, 해방후 초대~5대 국회의원을 연임한 5선 국회의원이자 자유당의 온건파 정치인 이재학이 있었다. 이들은 그의 경성고등보통학교와 경성제국대학 역문과 동문으로 졸업 후에도 그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자작가(同伴者作家)로 데뷔하였다. 계속해서 《행진곡(行進曲)》, 《기우(奇遇)》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회(九人會)에 참여,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젊은 시절의 그는 '가난뱅이 작가'였다. 그는 돈없이 자신의 가난하고 빈한한 처지를 스스로 '가난뱅이 작가'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가난뱅이 작가였던 이효석은 경성 토호 집안이었던 처가에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백방으로 직업을 구했다. 중학 시절 은사가 주선해준 취직 자리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였다. 문인들의 작품을 사전 검열하는 곳이다. 동료들의 지탄이 빗발쳤다. 결국 이효석은 열흘 만에 조선총독부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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