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월 잡지 <중앙>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묘포에서 일하는 산골 처녀 분녀(粉女)다. 그녀는 농장의 묘포에서 잡일이나 하며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아간다. 소설의 첫머리는 한밤중에 분녀가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곤하게 잠자는 방에서 겁탈 당하는 장면으로 그려진다.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나 일이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발버둥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냥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분녀는 그 사내가 농장에서 일하는 명준이었음을 눈치챈다. 그러나 궁핍한 삶에 찌들어 있던 명준은 훌쩍 금광을 찾아 떠나고 만다.
분녀는 단오 무렵 만갑이 경영하는 큰 가게에 구경을 나갔다가 만갑에게 또 당하고 만다. 만갑은 일을 마친 후 큼직한 지폐 한 장을 분녀에 주었는데 분녀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고 집으로 오게 된다. 그 뒤 만갑의 상점 점원인 천수가 만갑처럼 차리고 와서 분녀를 유인하고 몸을 덮친다. 가게 주인 만갑은 이제 분녀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다른 계집에 빠져 있다.
분녀에게는 반년동안 사귀어 온 마을 청년 상구가 있었는데, 몇 권의 책을 맡기고 난 며칠 뒤 감옥에 끌려 들어갔다. 명절날 상금을 타기 위해 그네를 뛰고 있던 분녀는 왕가(王哥)의 눈에 들어 결국 왕가에게도 몸을 맡긴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모든 일을 알아버린 상구는 몸을 함부로 하는 분녀를 꾸짖고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린다.
이런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어머니에게 얻어맞은 분녀는 한동안 피신해 다니다가 가족에게 이끌리어 돌아온 후, 집안일과 들일만을 돕는다. 그 무렵 금을 캐러 만주로 갔던 명준이가 사람을 죽인 후 도망쳐 분녀를 찾아온다. 분녀는 명준이만 허락한다면 같이 살 생각을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분녀라는 여성 주인공을 통해 식민지 농촌의 여성들이 육체적인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적 관심은 물론 여성주의적 관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기 주체를 확립하지 못한 여성의 수동적 태도가 그녀의 운명을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석은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이때 만난 친구로는 영문학자이자 법학자이며 제헌국회에서 헌법을 기초하는데 참여한 유진오, 해방후 초대~5대 국회의원을 연임한 5선 국회의원이자 자유당의 온건파 정치인 이재학이 있었다. 이들은 그의 경성고등보통학교와 경성제국대학 역문과 동문으로 졸업 후에도 그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자작가(同伴者作家)로 데뷔하였다. 계속해서 《행진곡(行進曲)》, 《기우(奇遇)》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회(九人會)에 참여,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젊은 시절의 그는 '가난뱅이 작가'였다. 그는 돈없이 자신의 가난하고 빈한한 처지를 스스로 '가난뱅이 작가'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가난뱅이 작가였던 이효석은 경성 토호 집안이었던 처가에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백방으로 직업을 구했다. 중학 시절 은사가 주선해준 취직 자리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였다. 문인들의 작품을 사전 검열하는 곳이다. 동료들의 지탄이 빗발쳤다. 결국 이효석은 열흘 만에 조선총독부를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