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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2019 한국근대문학선

1933년 11월 《삼천리》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효석의 소설에는 동물 특히 가축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히 이야기의 소재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돈」에서의 돼지, 「산」에서의 개, 「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나귀 등은 모두 주인공의 분신과 같은 존재들이다. 등장인물들은 이들 가축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작가는 가축의 행태와 등장인물들의 행위를 병치시킴으로써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거나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그의 처지는 그대로 못난 수탉과 동일시됨으로써 더욱 뚜렷한 의미를 형성한다. 주인공 을손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주 못마땅하다. ‘좁고 거북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그의 ..
1933년 11월 《삼천리》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효석의 소설에는 동물 특히 가축이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단순히 이야기의 소재로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돈」에서의 돼지, 「산」에서의 개, 「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나귀 등은 모두 주인공의 분신과 같은 존재들이다. 등장인물들은 이들 가축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작가는 가축의 행태와 등장인물들의 행위를 병치시킴으로써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거나 사건의 전개를 암시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그의 처지는 그대로 못난 수탉과 동일시됨으로써 더욱 뚜렷한 의미를 형성한다. 주인공 을손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주 못마땅하다. ‘좁고 거북한 굴레’를 벗어나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남의 과수원에 들어가 능금을 서리하거나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눈을 피하여 몰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금단의 규칙을 어기는 행위로 발산된다. 하지만 이렇게 규칙을 어기면서 일탈된 행동을 벌이고 거기서 어떤 쾌감을 얻는 것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자기 혼자만의 공간 속에서 비밀리에 행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주어지는 댓가는 참담함뿐이다. 이러한 행동은 뒤에 들통이 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을손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고, 그로 인하여 복녀와 만나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이같은 비참한 처지에 놓인 자신을 후회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모습이 어쩌면 자기네 집에서 기르고 있는 못난 수탉을 쏙빼어 닮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탉이라면 마땅히 암탉들을 거느리면서 그 위용을 자랑해야 하는데, 자기네 수탉은 무기력하게도 암탉에게마저 쫓겨 다닌다. 그리고 다리마저 저는데다 찌그러진 눈에서 피까지 흘리는 참혹한 꼴을 하고 있다. 이런 못난 수탉을 향해 을손은 부화가 나서 아무 물건이나 마구 집어 던진다. 을손의 분노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이다. 현실에서 패배만을 거듭하는 한 인물의 자기모멸감이 수탉이라는 대상을 향해 외현화되는 것이다.
이효석은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이때 만난 친구로는 영문학자이자 법학자이며 제헌국회에서 헌법을 기초하는데 참여한 유진오, 해방후 초대~5대 국회의원을 연임한 5선 국회의원이자 자유당의 온건파 정치인 이재학이 있었다. 이들은 그의 경성고등보통학교와 경성제국대학 역문과 동문으로 졸업 후에도 그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이 발표됨으로써 동반자작가(同伴者作家)로 데뷔하였다. 계속해서 《행진곡(行進曲)》, 《기우(奇遇)》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회(九人會)에 참여,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젊은 시절의 그는 '가난뱅이 작가'였다. 그는 돈없이 자신의 가난하고 빈한한 처지를 스스로 '가난뱅이 작가'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가난뱅이 작가였던 이효석은 경성 토호 집안이었던 처가에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백방으로 직업을 구했다. 중학 시절 은사가 주선해준 취직 자리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였다. 문인들의 작품을 사전 검열하는 곳이다. 동료들의 지탄이 빗발쳤다. 결국 이효석은 열흘 만에 조선총독부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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