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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읽으며: 밤이 조금만 짧았다면

金兄께 심히 놀랍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일이 막막할 수가 없습니다. 울어서 조금이라도 이 답답한 가슴이 풀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울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나의 이 사실을 인편으로 듣고 너무도 놀란 마음에 황황이 뛰오려 하였으나, 때마침 자기의 아우가 과한 객혈로 말미암아 정신없이 누웠고, 그도 그렇건만 돈 없어 약 못 쓰니 형된 마음에 좋을 리 없을 테니, 이럴까 저럴까 양난지세(兩難之勢)로 그 앞에 우울히 지키고만 앉았는 그 동무의 편지였다.
金兄께
심히 놀랍습니다.
이처럼 사람의 일이 막막할 수가 없습니다.
울어서 조금이라도 이 답답한 가슴이 풀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울 것 같습니다.

이것은 나의 이 사실을 인편으로 듣고 너무도 놀란 마음에 황황이 뛰오려 하였으나, 때마침 자기의 아우가 과한 객혈로 말미암아 정신없이 누웠고, 그도 그렇건만 돈 없어 약 못 쓰니 형된 마음에 좋을 리 없을 테니, 이럴까 저럴까 양난지세(兩難之勢)로 그 앞에 우울히 지키고만 앉았는 그 동무의 편지였다.
단편 소설 '소낙비'로 1935년 《조선일보》에 당선되기 2년 전에, 김유정은 「산골 나그네」라는 소설을 개벽사의 문예지 『제일선』에 발표하였다. 이 「산골 나그네」는 김유정이 춘천에 있을 때, 팔미천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오다 길가 오막살이에 살던 돌쇠라는 사람의 집에서, 돌쇠어멈으로부터 그 집에 며칠 머물다 도망친 어떤 들병이 여자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지은 것이었다고 한다. 같은 해에 「총각과 맹꽁이」(『신여성』 9월호), 「흙을 등지고」 등을 발표했지만, 이들 소설은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하던 차에 1934년 말에 『조선일보』와 『조선중앙일보』, 『동아일보』등 세 개의 신문사에 나란히 소설을 응모하였고 그 가운데 『조선일보』에 응모했던 「소낙비」는 1등, 『조선중앙일보』에 응모했던 「노다지」가 가작으로 당선되면서 비로소 문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등단한 해에 김유정은 자신의 생에 대표작이라 불릴 작품 대부분을 발표하였다. 「금 따는 콩밭」 · 「금」 · 「떡」 · 「만무방」 · 「산골」 · 「솟」 · 「봄봄」 · 「안해」 등의 단편 10편과 수필 3편이 그가 등단한 바로 그 해에 쏟아져 나왔는데, 춘천에서 보고 느꼈던 고향의 정취와 농민들의 곤궁한 생활, 그 자신의 개인적인 불행에서 체험한 감상 등이 그의 소설의 주요 모티프였다. 문단에 이름을 올린 김유정과 절친했던 문우(文友)로는 휘문고보 때부터의 동창이었던 안회남 말고도, 사직동의 매형집에 살 때부터 앞뒷집에 살며 김유정의 생활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던 이석훈도 있었고, 이석훈의 소개로 구인회에 가입한 뒤에 알게 된 이상(李箱)도 있었다. 1937년에 똑같이 「남생이」라는 작품으로 『조선일보』에 등단한 현덕(玄德)도 김유정의 문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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