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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을 읽으며: 연기

눈뜨곤 없더니 이불을 쓰면 가끔씩 잘두 횡재한다. 공동 변소에서 일을 마치고 엉거주춤히 나오다 나 는 벽께로 와서 눈이 휘둥그랬다. 아 이게 무에냐. 누 리끼한 놈이 바로 눈이 부시게 번쩍번쩍 손가락을 펴 들고 가만히 꼬옥 찔러보니 마치 갓 굳은 엿 조각처 럼 쭌득쭌득이다. 얘 이놈 참으로 수상하구나. 설마 뒤깐 기둥을 엿으로 빚어놨을 리는 없을 텐데. 주머니 칼을 꺼내들고 한 번 시험조로 쭈욱 내리어 깎아보았 다. 누런 덩어리 한쪽이 어렵지 않게 뚝 떨어진다. 그 놈을 한데 뭉쳐 가지고 그 앞 댓돌에다 쓱 문대보니 까 아아 이게 황금이 아닌가. 엉뚱한 누명으로 끌려가 욕을 보던 이 황금, 어리다는 이유로 연흥이에게 고랑 땡을 먹던 이 황금, 누님에게 그 구박을 다 받아가며 그래도 얻어먹고 있는 이 ..
눈뜨곤 없더니 이불을 쓰면 가끔씩 잘두 횡재한다.

공동 변소에서 일을 마치고 엉거주춤히 나오다 나 는 벽께로 와서 눈이 휘둥그랬다. 아 이게 무에냐. 누 리끼한 놈이 바로 눈이 부시게 번쩍번쩍 손가락을 펴 들고 가만히 꼬옥 찔러보니 마치 갓 굳은 엿 조각처 럼 쭌득쭌득이다. 얘 이놈 참으로 수상하구나. 설마 뒤깐 기둥을 엿으로 빚어놨을 리는 없을 텐데. 주머니 칼을 꺼내들고 한 번 시험조로 쭈욱 내리어 깎아보았 다. 누런 덩어리 한쪽이 어렵지 않게 뚝 떨어진다. 그 놈을 한데 뭉쳐 가지고 그 앞 댓돌에다 쓱 문대보니 까 아아 이게 황금이 아닌가. 엉뚱한 누명으로 끌려가 욕을 보던 이 황금, 어리다는 이유로 연흥이에게 고랑 땡을 먹던 이 황금, 누님에게 그 구박을 다 받아가며 그래도 얻어먹고 있는 이 황금 -.
단편 소설 '소낙비'로 1935년 《조선일보》에 당선되기 2년 전에, 김유정은 「산골 나그네」라는 소설을 개벽사의 문예지 『제일선』에 발표하였다. 이 「산골 나그네」는 김유정이 춘천에 있을 때, 팔미천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오다 길가 오막살이에 살던 돌쇠라는 사람의 집에서, 돌쇠어멈으로부터 그 집에 며칠 머물다 도망친 어떤 들병이 여자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지은 것이었다고 한다. 같은 해에 「총각과 맹꽁이」(『신여성』 9월호), 「흙을 등지고」 등을 발표했지만, 이들 소설은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하던 차에 1934년 말에 『조선일보』와 『조선중앙일보』, 『동아일보』등 세 개의 신문사에 나란히 소설을 응모하였고 그 가운데 『조선일보』에 응모했던 「소낙비」는 1등, 『조선중앙일보』에 응모했던 「노다지」가 가작으로 당선되면서 비로소 문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등단한 해에 김유정은 자신의 생에 대표작이라 불릴 작품 대부분을 발표하였다. 「금 따는 콩밭」 · 「금」 · 「떡」 · 「만무방」 · 「산골」 · 「솟」 · 「봄봄」 · 「안해」 등의 단편 10편과 수필 3편이 그가 등단한 바로 그 해에 쏟아져 나왔는데, 춘천에서 보고 느꼈던 고향의 정취와 농민들의 곤궁한 생활, 그 자신의 개인적인 불행에서 체험한 감상 등이 그의 소설의 주요 모티프였다. 문단에 이름을 올린 김유정과 절친했던 문우(文友)로는 휘문고보 때부터의 동창이었던 안회남 말고도, 사직동의 매형집에 살 때부터 앞뒷집에 살며 김유정의 생활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던 이석훈도 있었고, 이석훈의 소개로 구인회에 가입한 뒤에 알게 된 이상(李箱)도 있었다. 1937년에 똑같이 「남생이」라는 작품으로 『조선일보』에 등단한 현덕(玄德)도 김유정의 문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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