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초 라고 동무따라 (舊正初) 놀러 다니다가 집에 돌아오니 몸이 피로하여 몇 날간 누워 있었다. 외따로 들 가운데 지은 집인지라, 창을 열면 ‘피크
닉’ 와서 ‘캠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느낌이 있다. 창 밖이 들이요, 못(池)이요, 산(山)들이다.
베개에 시달린 머리가 몹시 무거워 몸을 일으켜 창턱에 기대어 밖을 내다 보았더니 동리 소녀(小女)들이 설 치장하고 난 툇물인 듯한 온갖 물 색 옷
을 입고, 나방머리 땋아 붙이고 둘씩 셋씩 들 가운데 점경(點景)을 이루었다.
백신애(白信愛: 1908-1939)
경북 영천 출생. 대구 도립 사범 졸업. 영천 공립 보통 학교 교사 역임. 1928년 박계화(朴啓華)란 필명으로 쓴 단편 <나의 어머니>가 <조선일보>에 당선되어 등단. 1920년대에 등단한 김명순, 박화성, 강경애, 최정희 등의 여류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다가 10편의 단편을 남긴 채 32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여류 작가로서 초기 작품들은 동반자 작가적 경향을 지니고 있으며, 가난한 삶의 밑바닥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꺼래이>, <복선이(福先伊)>, <낙오>, <적빈(赤貧)>, <정현수(鄭賢洙)>, <정조원(貞操怨)>, <광인 일기(狂人日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