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하아얗게 쌓이다.
노는 날. 일요일 외의 노는 날이란 언제든지 유달리 반갑다. M지의 창작란을 읽다. 그달 잡지가 책상 위에 그득히 쌓여 눈앞에 어른어른하는 동안에
는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월초에 그달 잡지는 ─ 적어도 창작란만은 다 읽어 버리겠다는 작정이 달마다 틀어져 요사이 와서는 월초는새로
잡지와 씨름하다 나면 어느덧 한달 30일이 다 가는 것이다.
이효석은 경성 제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경성(鏡城) 농업학교 교사, 평양 대동강 공업전문학교와 숭실전문 교수를 역임한 당대 최고의 인텔리였다. 그는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에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을 발표함으로써 동반작가로 문단에 데뷔하여,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활동하였으나 1933년 순수문학 주도의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돈(豚)>(1933) 발표 후 순수문학으로 전향하였다. 그는 1936년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 할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필, 희곡 등 22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뇌막염으로 사망했는데 김동인, 현진건과 함께 3대 단편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