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홉 해 전에 서백리아 어떤 금광에 가서 돌아다닌 일이 있었다.
그때 스물 남짓한 젊은 아내를 남의 집구석에 버려 두고 고국을 떠난 것은 돈을 벌자는 작정이었다. 우리 함경도서는 서백리아 해삼위쯤은 문밖 출입
하듯 한다. 장사하는 사람은 다달이 다니고 막벌이나 하는 사람은 봄에 갔다가 가을에 돌아온다. 그렇게 다니는 사람을 함경도서는 강동꾼이라고 부
른다. 나도 집 떠날 때는 강동꾼 모양으로 어떤 금광에 가서 얼마간 벌어가지고 가을에 돌아올 작정으로 떠났다.
최서해(崔曙海: 1901-1932)
함북 성진 출생. 본명은 학송(鶴松). 성진 보통 학교 5학년 중퇴. 그 후 막노동과 날품팔이 등 하층민의 생활을 몸소 겪음. 1924년 <조선문단>에 <고국(故國)>의 추천으로 등단. <카프> 맹원으로 활동. <중외일보>, <매일신보> 기자 역임. 그는 초기 작품에서 빈궁한 하층민의 삶을 그려내는 계급적인 작가로 활동하였으나, 그 후 시대 의식과 역사 의식을 실감 있게 다루면서 현실성과 낭만성을 다양하게 수용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토혈>,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육>, <탈출기>,<금붕어>, <그믐밤>, <홍염>, <수난>, <무명초>, <호외 시대>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