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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서삼태 (한국문학전집: 이상 03)

내가 불러 주고 싶은 이름은 ‘욱(旭)’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욱이라고 불러 두자. 1930년만 하여도 욱이 제 여형단발(女形斷髮)과 같이 한없 이 순진하였고 또 욱이 예술의 길에 정진하는 태도, 열정도 역시 순진하였다. 그해에 나는 하마터면 죽을 뻔한 중병에 누웠을 때 욱은 나에게 주는 형언하기 어려운 애정으로 하여 쓸쓸한 동경 생활에서 몇 개월이 못 되어 하루에도 두 장 석 장의 엽서를 마치 결혼식장에서 화동이 꽃 이파리를 걸 어가면서 흩뜨리는 가련함으로 나에게 날려 주며 연락선 갑판상에서 흥분하였느니라.
내가 불러 주고 싶은 이름은 ‘욱(旭)’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이름을 욱이라고 불러 두자. 1930년만 하여도 욱이 제 여형단발(女形斷髮)과 같이 한없
이 순진하였고 또 욱이 예술의 길에 정진하는 태도, 열정도 역시 순진하였다. 그해에 나는 하마터면 죽을 뻔한 중병에 누웠을 때 욱은 나에게 주는
형언하기 어려운 애정으로 하여 쓸쓸한 동경 생활에서 몇 개월이 못 되어 하루에도 두 장 석 장의 엽서를 마치 결혼식장에서 화동이 꽃 이파리를 걸
어가면서 흩뜨리는 가련함으로 나에게 날려 주며 연락선 갑판상에서 흥분하였느니라.
이 상(李箱: 1910-1937)

서울 출생. 본명은 김해경(金海卿). 보성 고보, 경성 고공 건축과 졸업. 1930년 <조선>에 <12월 12일>을 발표하여 등단. 조선 미전에 <자화상> 입선. 1937년 불령 선인으로 오인되어 일경에 피체, 감금됨. 1937년 동경 제대 부속 병원에서 폐결핵 악화로 사망. <구인회> 회원. <조선중앙일보>에 난해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충격을 던졌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였으며, 심리주의 경향을 보여준다.

주요 작품으로는, <날개>, <동해(童骸)>, <지주회시>, <종생기>, <실락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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