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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흘긴 눈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25)

그이와 살림을 하기는 , 내가 열 아홉 살 먹던 봄이었습니다. 시방은 이래로 ─ 삼십도 못 된 년이 이런 소리를 한다고 웃지 말아요. 기생이란 스무 살이 환갑이라니, 삼십이면 이를테면 백세 상수한 할미쟁이가 아니야요? ─그 때는 괜찮았답니다. 이 푸르족족한 입술도 발그스름하였고 토실한 뺨볼이라든지, 시방은 촉루(髑髏)란 별명조차 듣지마는 오동통한 몸피라든지, 살성도 희고, 옷을 입으면 맵시도 나고, 걸음걸이도 멋이 있었답니다. 소리도 그만저만히 하고 춤도 남의 흉내는 내었답니다. 화류계에서는 그래도 누구 하고 이름이 있었는지라, 호강도 우연만히 해 보고 귀염도 남불잖이 받았습네다. 망할 것, 우스워 죽겠네.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 하고 제 칭찬만하고 앉았구먼.
그이와 살림을 하기는 , 내가 열 아홉 살 먹던 봄이었습니다. 시방은 이래로 ─ 삼십도 못 된 년이 이런 소리를 한다고 웃지 말아요. 기생이란 스무
살이 환갑이라니, 삼십이면 이를테면 백세 상수한 할미쟁이가 아니야요? ─그 때는 괜찮았답니다. 이 푸르족족한 입술도 발그스름하였고 토실한 뺨볼이라든지, 시방은 촉루(髑髏)란 별명조차 듣지마는 오동통한 몸피라든지, 살성도 희고, 옷을 입으면 맵시도 나고, 걸음걸이도 멋이 있었답니다. 소리도 그만저만히 하고 춤도 남의 흉내는 내었답니다. 화류계에서는 그래도 누구 하고 이름이 있었는지라, 호강도 우연만히 해 보고 귀염도 남불잖이 받았습네다. 망할 것, 우스워 죽겠네.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 하고 제 칭찬만하고 앉았구먼.
현진건(玄鎭健,1900- 1943)

대구 출생.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 귀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특히 <동아일보> 재직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 년간 복역함. 이 사건 이후 서울 자하문 밖에서 양계를 하다가 실패하고, 폭음으로 얻은 장결핵으로 사망했다. 처녀작은 1920년 <개벽> 12월호에 발표된 <희생화>이고 주요 대표작으로는 <빈처>(1921), <술 권하는 사회>(1921), <타락자>(1922) <할머니의 죽음>(1923), <운수좋은 날>(1924), (1924), <불>(1925),< 사립정신병원장>(1926) <고향>(1922) 등과 함께 장편 <무영탑>(1938), <적도>(1939) 등이 있다.

그는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우리 나라 근대 단편 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이다. 전기의 작품 세계는 1920년대 우리나라 사회와 기본적 사회 단위인 가정 속에서 인간 관계를 다루면서 강한 현실 인식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했고, 그 때의 제재는 주로 모순과 사회 부조리에 밀착했었다. 그리고 1930년대 후기에 와서는 그 이전 단편에서 보였던 강한 현실 인식에서 탈피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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