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의 정의는 이야기의 구성 ─ 그 효과와 장단에 관한 요구에서부터 규정되는 것이니 중편소설 혹은 장편소설과 결별되는 계기가 이 요구 속에
스스로 내포되었고 단편소설 자체의 형식적 본질적 특징도 이 요구에서스스로 우러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이 단편소설이 아니며, 포우의「검은 고양이」가 장편소설이 아닌 이유가 자명한 것이며, 질적으로만 볼 때 성서의
어떤 대문이나 혹은 하이네의 혹종(或種) 시구도 단편소설로서의 특질은 갖추었으나 그것이 결코 소위 단편소설이 아닌 소이와 어떤 종류의 기행문이
나 수필이 비록 단편소설의 형식적 체모는 가졌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의 단편소설이 아닌 소이도 이 점에서 또한 자명한 것이다.
이효석은 경성 제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경성(鏡城) 농업학교 교사, 평양 대동강 공업전문학교와 숭실전문 교수를 역임한 당대 최고의 인텔리였다. 그는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에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을 발표함으로써 동반작가로 문단에 데뷔하여,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활동하였으나 1933년 순수문학 주도의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돈(豚)>(1933) 발표 후 순수문학으로 전향하였다. 그는 1936년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 할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필, 희곡 등 22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뇌막염으로 사망했는데 김동인, 현진건과 함께 3대 단편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