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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 호박 (한국문학전집: 허민 01)

늦은 가을입니다 산언덕 . 밭귀에 낮잠 자던 호박이 눈을 뜨자 옆에 자는 호박을 깨웠습니다. “이젠 우리 둘뿐이야.” “왜?” “봐 저게 있던 동무 하나가 달아났지.” 호박은 누런 상에 붉은 기를 띠우고 들어 보았으나 잠들기 전에 있었던 동무는 어디론지 달아나고 없는 것입니다.
늦은 가을입니다 산언덕 . 밭귀에 낮잠 자던 호박이 눈을 뜨자 옆에 자는 호박을 깨웠습니다.
“이젠 우리 둘뿐이야.”
“왜?”
“봐 저게 있던 동무 하나가 달아났지.”
호박은 누런 상에 붉은 기를 띠우고 들어 보았으나 잠들기 전에 있었던 동무는 어디론지 달아나고 없는 것입니다.
1914년 경남 사천군 곤양에서 태어났다. 1929년부터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 기슭으로 옮겨 살다 1943년 스물아홉 나이에 지병인 폐결핵으로 요절했다. 곤양공립보통학교와 해인사 강원을 거쳐 해인사립강습소 교사, 동아일보 진주지국 기자로 일했다. 열여덟 살 때인 1932년 처음으로 시 '이별한 님'이 '불교'에 발표된 뒤, 스물두 살 때인 1936년 '매일신보' 현상 공모에 소설 '구룡산'이 당선되었고, 1940년과 1941년 '문장'에 시 '야산로', 소설 '어산금'이 잇달아 추천되어 문재를 떨쳤다. 그는 길지 않은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시와 소설, 동화, 수필 갈래에 걸쳐 모두 329편이나 되는 작품을 남겼다. 이들 가운데 시가 299편으로 압도적인데, 여섯 편을 뺀 나머지는 모두 미발표 육필 시집 여섯 권에 남아 전한다. 경남의 지역성을 바탕으로 삼아 열정적으로 민족 현실을 안고 뒹굴었던 청년 허민의 문학은 나라잃은시대 후기, 윤동주의 내성적 비전과는 다른 현실적 비전을 앞세우며 우리 근대 민족문학의 마지막 자리를 힘차게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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