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진지 잡수서요!”
하는 할멈의 소리를 어슴프레 들으면서 이불에 씌워서 힘없이 누었던 운경이는 열시가 지나서 눈을 떴다.
창문에는 밝은 가을 볕이 반이나 비치었다. 그것을 보고 시계를 쳐다본 운경이는 다시 눈을 감으면서 하품하였다. 사지가 늘신하고 정신이
흐릿하여 아침이거니 생각하면서도 그 기분은 아침 같지 않았다. 머리는 울린 뒤의 종같이 엥하였다.
최서해(崔曙海: 1901-1932)
함북 성진 출생. 본명은 학송(鶴松). 성진 보통 학교 5학년 중퇴. 그 후 막노동과 날품팔이 등 하층민의 생활을 몸소 겪음. 1924년 <조선문단>에 <고국(故國)>의 추천으로 등단. <카프> 맹원으로 활동. <중외일보>, <매일신보> 기자 역임. 그는 초기 작품에서 빈궁한 하층민의 삶을 그려내는 계급적인 작가로 활동하였으나, 그 후 시대 의식과 역사 의식을 실감 있게 다루면서 현실성과 낭만성을 다양하게 수용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토혈>,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육>, <탈출기>,<금붕어>, <그믐밤>, <홍염>, <수난>, <무명초>, <호외 시대>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