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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을 (한국문학전집: 백신애 02)

높은 산줄기 한 가닥이 미끄러지듯 쓰다듬어 내린 듯, 소롯하게 내려와 앉은 고요하고 얌전스런 하나의 언덕! 언덕이 오른편으로 모시고 있는 높은 산에 자욱한 솔 잎사귀빛은 젖혀졌고 때때로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 소리같이 쏴 - 아 - 운다. 언덕 뒤 동편 기슭에는 저녁 짓는 가난한 연기가 소릇소릇이 반공중으로 사라져가며 몇 개 안 되는 초가지붕들은 모조리 박 넝쿨이 기어올라 새하얀박꽃이 되었다. 언덕 왼편 남쪽 벌판은 아물아물한 저 - 산 밑까지 열려 있어 이제 벼모는 한껏 자라 검푸른 비단보를 펴 놓은 듯하다.
높은 산줄기 한 가닥이 미끄러지듯 쓰다듬어 내린 듯, 소롯하게 내려와 앉은 고요하고 얌전스런 하나의 언덕!
언덕이 오른편으로 모시고 있는 높은 산에 자욱한 솔 잎사귀빛은 젖혀졌고 때때로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 소리같이 쏴 - 아 - 운다.
언덕 뒤 동편 기슭에는 저녁 짓는 가난한 연기가 소릇소릇이 반공중으로 사라져가며 몇 개 안 되는 초가지붕들은 모조리 박 넝쿨이 기어올라 새하얀박꽃이 되었다. 언덕 왼편 남쪽 벌판은 아물아물한 저 - 산 밑까지 열려 있어 이제 벼모는 한껏 자라 검푸른 비단보를 펴 놓은 듯하다.
백신애(白信愛: 1908-1939)

경북 영천 출생. 대구 도립 사범 졸업. 영천 공립 보통 학교 교사 역임. 1928년 박계화(朴啓華)란 필명으로 쓴 단편 <나의 어머니>가 <조선일보>에 당선되어 등단. 1920년대에 등단한 김명순, 박화성, 강경애, 최정희 등의 여류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다가 10편의 단편을 남긴 채 32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여류 작가로서 초기 작품들은 동반자 작가적 경향을 지니고 있으며, 가난한 삶의 밑바닥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꺼래이>, <복선이(福先伊)>, <낙오>, <적빈(赤貧)>, <정현수(鄭賢洙)>, <정조원(貞操怨)>, <광인 일기(狂人日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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