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이 시점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
아침 저녁으로 이 자국을 밟게 되는데 이 자국을 밟게 된 연유가 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살았을 듯한 우거진 송림 속, 게다가 덩그러시 살림집은 외따로 한 채뿐이었으나 식구로는 굉장한 것이어서 한지붕 밑에서 팔도 사투리를 죄다 들을 만큼 모아놓은 미끈한 장정들만이 욱실욱실하였다. 이곳에 법령은 없었으나 여인 금납구(禁納區)였다. 만일 강심장의 여인이 있어 불의의 침입이 있다면 우리들의 호기심을 저윽이 자아내었고 방마다 새로운 화제가 생기곤 하였다. 이렇듯 수도생활에 나는 소라 속처럼 안도하였던 것이다.
한국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다. 본관은 파평(坡平), 아호는 해환(海煥)이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였고, 작품집을 내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942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1943년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1945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1948년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