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짤막한 이야기의 남녀 주인공의 이름은 ‘광식’이와 ‘안나’다. 물론 ‘광식’이가 사나이고 ‘안나’가 여자다. 광식이는 청년 소설가이요, 안
나는 종로 어떤 바의 마음 착하고 이쁘장스런 여급이다. ─ 이렇게 말해도 독자는 이 두 젊은 남녀가 알지 못할 것인가? 『조광』만 사보고 『여성』이라는 부인잡지를 사서 읽지 않은 이는 아마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실인즉 이 두 사람은 『여성』에 지금 연재되는 「애인」이라는소설의 작중인물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의 이름을 지어준 이는 「애인」의 작자 안회남 군이다. 나는 이 두 분을 잠시 빌려오려고 하는 것이다. 이 두 남녀의 창조자인 작자 안회남 군은 아와 친분 있는 분이니까, 언제 엽서로 두어 마디 “귀형의 창조물 두어 분을 빌려 데리고 산보래도 하려 하오니 그리 아시옵기 바라나이다”하고 써보내면 될 것이요, 광식이와 안나는 벌써 두어차례 『여성』지에서 대면한 적이 있으니까, 좋은 말로 꾀이면 어렵잖게 나의 말을 들어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두 아리따운 젊은 애인들을 데리고 하루 인천 월미도에라도 가보려고 한다.
김남천 (金南天 1911 ~1953)
본명 효식(孝植). 평남 성천 출생.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도쿄[東京] 호세이[法政]대학 재학 중이던 1929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카프:KAPF)에 가입하였고, 안막(安漠) ·임화(林和) 등과 함께 1930년 카프 동경지부에서 발행한 《무산자(無産者)》에 동인으로 참여하였다. 1931년 귀국하여 카프의 제2차 방향전환을 주도하였으며, 여기서 김기진(金基鎭)의 문학 대중화론을 비판, 볼셰비키적 대중화를 주장한 바 있다. 그 후, 1931년과 1934년 카프 제 1 ·2차 검거사건 때 체포되어 복역하였으며, 1935년에는 임화 ·김기진 등과 함께 카프 해소파(解消派)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