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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한국문학전집: 신채호 23)

천하의 일이‘이해(利害)’만 있고 ‘시비(是非)’는 없나니 시비를 논란하는 자는 오유(迕儒) 속사(俗士)의 업(業)이니라. 어찌해 그렇다 하느냐. 대개 인류는 생존하는 이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것이라, 생존에 부합하는 것은 이(利)라 하며, 생존에 반대되는 것은 해(害)라 하여, 이해의 권형(權衡)으로 온갖 논설이 생길새, 인류에 이되는 것은 선(善)이라 하며, 해되는 것은 악(惡)이라 하며, 이되는 것은 정(正)라 하며, 해되는 것은 사(邪)라 하며, 복혜안영(福慧安榮)으로 우리에게 이를 주신 이는 우리가 이를 성인(聖人)이라 높이며, 화패흉얼(禍敗凶孼)로 우리에게 해를 끼친 이는 우리가 이를 소인(小人)이라 이름하며, 밭을 갈며 짐을 실어 우리를 이케 하는 우마는 우리가 이를 양축(良畜)이라 하여 사..
천하의 일이‘이해(利害)’만 있고 ‘시비(是非)’는 없나니 시비를 논란하는 자는 오유(迕儒) 속사(俗士)의 업(業)이니라.
어찌해 그렇다 하느냐.
대개 인류는 생존하는 이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것이라, 생존에 부합하는 것은 이(利)라 하며, 생존에 반대되는 것은 해(害)라 하여, 이해의 권형(權衡)으로 온갖 논설이 생길새, 인류에 이되는 것은 선(善)이라 하며, 해되는 것은 악(惡)이라 하며, 이되는 것은 정(正)라 하며, 해되는 것은 사(邪)라 하며, 복혜안영(福慧安榮)으로 우리에게 이를 주신 이는 우리가 이를 성인(聖人)이라 높이며, 화패흉얼(禍敗凶孼)로 우리에게 해를 끼친 이는 우리가 이를 소인(小人)이라 이름하며, 밭을 갈며 짐을 실어 우리를 이케 하는 우마는 우리가 이를 양축(良畜)이라 하여 사랑하며, 사람을 먹으며 가축을 해하여 우리를 불안케 하는 호랑(虎狼)은 이를 독수(毒獸)라 하여 싫어하나니, 차호라, 윤리·도덕·종교·정치·풍속·습관 모든 것이 모두 ‘이해’2자 밑에서 비평을 하는 것이다.
신채호는 젊은 시절 애국 계몽 운동가로서 주로 언론 저술 활동에 종사했고, 일제하에서는 러시아, 만주,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독립운동가로서 활약했다. 또한 사학자로서 한평생 ‘민족’과 ‘역사’를 화두로 당시 국정과 일본의 불의를 통렬히 비판하며 조선 민중의 혼을 깨우는 데 앞장섰다. 그는 만주와 시베리아의 수많은 유적지들을 직접 돌아다니고 수많은 사료들을 접하면서 우리 고대사(고조선, 부여, 고구려)의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역사에 영혼이 있다면 처참해서 눈물을 뿌릴 것”이라고 통탄했다. 그가 민족 독립과 민중 해방을 위한 방편으로 아나키스트 운동에 투신하게 되면서 독립운동에 있어서 그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엇갈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행동하는 지성인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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