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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이후: 직녀성 하권 11부 (한국문학전집: 심훈 32)

봉희는 그날저녁 세철의 손이 와서 저녁대접을 하고 난뒤 에 몸이 고단한데 감기 기운이 잇어서 (새언니가 별고나 없나? 여간해 맘을 못잡을텐데.....) 하고 몹시 궁금해서 삼청동으로 올라가 보려고 교복으로 가러입기 까지 하고는 고만 알에목에가쓸어젔었다. 손들과 함께 나간 남편이 들어오면 늦드래도 잠시 다녀 나려오리라 하고 눈을 감고 있다가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꿈도 아니요 생시도 아닌 그야말로 비몽 사몽간이다. 눈이 부시도록 새 하얀 털옷을 기다랗게 느린 천사들이 알연히 나타나더니 곱 다랗게 눈을 나려깔고 입모습에 실낫같은 가녈핀 우슴까지 띠운 일남이를 고이고이 싸서 받들고 하늘로 올라간다. 뭉 게뭉게 피여오르는 구름장을 타고 가벼운 바람에 그 흰옷 자락을 하늘하늘 나부끼면서...... 천..
봉희는 그날저녁 세철의 손이 와서 저녁대접을 하고 난뒤 에 몸이 고단한데 감기 기운이 잇어서

(새언니가 별고나 없나? 여간해 맘을 못잡을텐데.....)

하고 몹시 궁금해서 삼청동으로 올라가 보려고 교복으로 가러입기 까지 하고는 고만 알에목에가쓸어젔었다. 손들과 함께 나간 남편이 들어오면 늦드래도 잠시 다녀 나려오리라 하고 눈을 감고 있다가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 꿈도 아니요 생시도 아닌 그야말로 비몽 사몽간이다. 눈이 부시도록 새 하얀 털옷을 기다랗게 느린 천사들이 알연히 나타나더니 곱 다랗게 눈을 나려깔고 입모습에 실낫같은 가녈핀 우슴까지 띠운 일남이를 고이고이 싸서 받들고 하늘로 올라간다. 뭉 게뭉게 피여오르는 구름장을 타고 가벼운 바람에 그 흰옷 자락을 하늘하늘 나부끼면서......

천사들이 일남을 데리고 올라가는 것을 보자 어디선지 인 숙이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나타나더니 그뒤를 쪼차 갔다.

줄이 끊어진 연을 잡으려는것처럼 고개를 들고 하늘만 처다 보면서 갈팡질팡 따러 가다가 어찌어찌하야 천사의 느러트 린 옷자락 한가닥을 간신히 휘여잡었다. 인숙은 허공중천으 로 따러 올러 간다.

인숙이가 깜아 아득하게 올라가는 것을 보자 봉희는 어찌 나 조마조마한지 손에 땀을 쥐며

"저를 어쩌나? 아이고 저를 어쩌나!"

하고 입속으로 부르짖었다. 간이 졸아드는 듯이 아슬 아슬 한판에 인숙이가 잡은 천사의 옷자락이 쭉 찌저젔다. 봉희 는 깜짝놀라 손등으로 입을 막으며

"아ㅅ-"

소리를 질렀다. 인숙은 끈허진 흰옷 자락을 락하산(落下傘) 처럼 받고 나려온다. 강인지 바다인지는 몰으나 눈알에는 천야 만야한 시프른 물결이 굼실거린다. 크고 작은 물결은 고래의 입이되고 악어의 주둥이가 되어 다투어가며 머리우 에 떨어지는 인숙을 통으로 삼키려고 널름 거린다.
일제강점기에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썼다. <상록수>는 그의 대표작이다.
1925년 영화 〈장한몽〉에서 이수일 역을 대역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었으며, 그해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KAPF)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가 이듬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1926년 〈동아일보〉에 한국 최초의 영화소설인 〈탈춤〉을 연재했다.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정식으로 영화를 공부했으며, 6개월 후에 돌아와 영화 〈먼동이 틀 때〉를 원작·각색·감독해 단성사에서 개봉했다.
1935년 장편 〈상록수〉가 〈동아일보〉 발간 15주년 기념 현상모집에 당선되자 이때 받은 상금으로 상록학원을 설립했으며, 1936년 〈상록수〉를 직접 각색·감독해 영화로 만들려고 했으나 실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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