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도 어지간히 빠릅니다. 아이들의 버들피리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건만 벌써 그 봄은 언제 왔더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어버리고 초록치마를 길게 드리워 입은 씩씩한 여름철이 닥쳐왔습니다.
시절이 바뀜을 따라서 사람들이 느끼는 바 정서도 가지각색으로 변하는 셈인지, 어디인지 봄은 심란하게 맞았더니 반대로 이 여름은 즐겁고 기쁘게 맞는 듯싶습니다.
여름…… 더구나 농촌의 여름은 농민들에게 있어서 1년 중 가장 긴장될 때입니다. 그들의 생명선이 이 여름 한철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강경애는 1906년 4월 20일, 황해도 송화에서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나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궁핍한 가정환경에서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월사금을 낼 돈이 없어 돈을 훔치기라도 했으면 하는 심정으로 다녔던 보통학교 때의 생활은 그런 그녀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어린시절 궁핍했던 삶은 강경애가 가난한 대중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1920년대의 문단은 사회주의에 영향을 받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수립을 목표로 그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 1930년대의 문단은 작가들에게 대중을 선동하는 무기로서 △대공장 파업 △소작쟁의 △동맹 결성 등의 제제를 갖는 문학작품을 창작할 것을 요구했다. 강경애의 작품 역시 시대적 현상과 맞물려 당시의 투쟁경향이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