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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하롯밤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8)

어느 가을 나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참담한 경우를 당한 일이 있다 처음 . 온 수토(殊土) ─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타향에서 나는 주머니에 돈이라고는 쇠천 샐 닢도 없고 하롯밤 눈 붙일 곳도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처음 와서 이틀 사흘 지나는 동안에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으로 없어도 출입 못하게 되잖을 것을 있는 대로 다 팔아 먹은 나는 그 시가지를 나와 증기선 부두가 있는 ‘이스테’라고 하는 데를 가 보았다. 거기는 항해의 시절이면은 거친 노동자의 생활로 하여 뒤끓는 듯하던 곳이건만, 시방은 적적히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어른거리지 않았다. 그 때는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인 까닭이다.
어느 가을 나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참담한 경우를 당한 일이 있다 처음 . 온 수토(殊土) ─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타향에서 나는 주머니에 돈이라고는 쇠천 샐 닢도 없고 하롯밤 눈 붙일 곳도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처음 와서 이틀 사흘 지나는 동안에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으로 없어도 출입 못하게 되잖을 것을 있는 대로 다 팔아 먹은 나는 그 시가지를 나와 증기선 부두가 있는 ‘이스테’라고 하는 데를 가 보았다. 거기는 항해의 시절이면은 거친 노동자의 생활로 하여 뒤끓는 듯하던 곳이건만, 시방은 적적히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어른거리지 않았다. 그 때는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인 까닭이다.
역자: 현진건(玄鎭健,1900- 1943)

대구 출생.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 귀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특히 <동아일보> 재직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 년간 복역함. 이 사건 이후 서울 자하문 밖에서 양계를 하다가 실패하고, 폭음으로 얻은 장결핵으로 사망했다. 처녀작은 1920년 <개벽> 12월호에 발표된 <희생화>이고 주요 대표작으로는 <빈처>(1921), <술 권하는 사회>(1921), <타락자>(1922) <할머니의 죽음>(1923), <운수좋은 날>(1924), (1924), <불>(1925),< 사립정신병원장>(1926) <고향>(1922) 등과 함께 장편 <무영탑>(1938), <적도>(1939) 등이 있다.

그는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우리 나라 근대 단편 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이다. 전기의 작품 세계는 1920년대 우리나라 사회와 기본적 사회 단위인 가정 속에서 인간 관계를 다루면서 강한 현실 인식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했고, 그 때의 제재는 주로 모순과 사회 부조리에 밀착했었다. 그리고 1930년대 후기에 와서는 그 이전 단편에서 보였던 강한 현실 인식에서 탈피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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