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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 (한국문학전집: 현진건 02)

해님 다리를 조금 비켜놓고 모기내 천변 큰 길에는 장작과 솔단이 집채같이 재이었다. 황을 덤썩 묻힌 긴 채 관솔에 불을 붙여 군데군데 꽂아 놓으매, 검은 연기가 구름장 모양으로 뭉게뭉게 떠오르자, 그 밑에서 시뻘건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늘이 마침 팔월 한가위 신궁 앞 넓은 마당과 서울 거리거리에 구경거리가 덤뿍 벌어져서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갔건만 그래도 이 참혹한 광경을 보아지라고 모여든 군정들은 천변 한길이 비잡도록 개아미떼같이 덕시글덕시글하였다.
해님 다리를 조금 비켜놓고 모기내 천변 큰 길에는 장작과 솔단이 집채같이 재이었다.
황을 덤썩 묻힌 긴 채 관솔에 불을 붙여 군데군데 꽂아 놓으매, 검은 연기가 구름장 모양으로 뭉게뭉게 떠오르자, 그 밑에서 시뻘건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늘이 마침 팔월 한가위 신궁 앞 넓은 마당과 서울 거리거리에 구경거리가 덤뿍 벌어져서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갔건만 그래도 이 참혹한 광경을 보아지라고 모여든 군정들은 천변 한길이 비잡도록 개아미떼같이 덕시글덕시글하였다.
현진건(玄鎭健,1900- 1943)

대구 출생.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 귀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특히 <동아일보> 재직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 년간 복역함. 이 사건 이후 서울 자하문 밖에서 양계를 하다가 실패하고, 폭음으로 얻은 장결핵으로 사망했다. 처녀작은 1920년 <개벽> 12월호에 발표된 <희생화>이고 주요 대표작으로는 <빈처>(1921), <술 권하는 사회>(1921), <타락자>(1922) <할머니의 죽음>(1923), <운수좋은 날>(1924), (1924), <불>(1925),< 사립정신병원장>(1926) <고향>(1922) 등과 함께 장편 <무영탑>(1938), <적도>(1939) 등이 있다.

그는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우리 나라 근대 단편 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이다. 전기의 작품 세계는 1920년대 우리나라 사회와 기본적 사회 단위인 가정 속에서 인간 관계를 다루면서 강한 현실 인식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했고, 그 때의 제재는 주로 모순과 사회 부조리에 밀착했었다. 그리고 1930년대 후기에 와서는 그 이전 단편에서 보였던 강한 현실 인식에서 탈피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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