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 0 0 15 1 0 8년전 0

청산백운 (홍사용 05)

청산 백운을 누가 알아? 다만 청산은 백운이 알고 백운은 청산이 알 뿐이지! 전피청구혜(田彼靑邱兮), 애써 갈고 써리는 두손의 심정 아는 이 없도다. 아는 이 없음이라. 구름 깊은 저곳에 곁두리 점심 누가 갖다 먹이랴! 그래도 뜻 있음이라. 주린 배 움켜쥐고 씨알 뿌릴제, 한 이는 ‘묵소’(默咲)를 짓고, 한 이는 ‘소아’(咲啞) 자처하더라. 그러나 저기에 무엇이 될까? 쟁기도 꼬눌 줄 모르고 소 멍에 메이며 소도 몰 줄모르고, 써레질하며 두럭도 지을 줄 모르면서 사래 찬 밭 넘보도다. 또한 그리고 씨앗 보구닐 어루만져! 저기에 무엇이 될까? 묵소 대호왈(大呼曰) ‘암, 되지. 다언(多言) 마소. 저 백운(白雲)으로 뒷날에 증거합세.’ 모르리로다. 청산 백운을 누가 알아? 모를세라. 뒷..
청산 백운을 누가 알아? 다만 청산은 백운이 알고 백운은 청산이 알 뿐이지! 전피청구혜(田彼靑邱兮), 애써 갈고 써리는 두손의 심정 아는 이 없도다.

아는 이 없음이라. 구름 깊은 저곳에 곁두리 점심 누가 갖다 먹이랴! 그래도 뜻 있음이라. 주린 배 움켜쥐고 씨알 뿌릴제, 한 이는 ‘묵소’(默咲)를 짓고, 한 이는 ‘소아’(咲啞) 자처하더라.

그러나 저기에 무엇이 될까? 쟁기도 꼬눌 줄 모르고 소 멍에 메이며 소도 몰 줄모르고, 써레질하며 두럭도 지을 줄 모르면서 사래 찬 밭 넘보도다. 또한 그리고 씨앗 보구닐 어루만져! 저기에 무엇이 될까?

묵소 대호왈(大呼曰) ‘암, 되지. 다언(多言) 마소. 저 백운(白雲)으로 뒷날에 증거합세.’

모르리로다. 청산 백운을 누가 알아? 모를세라. 뒷일을 어이 알리마는 아무려나 작히 좋으랴. 잘 되거라. 잘 나거라. 잘 크거라. 잘 되거라. 꽃봉오리 적에 잘 피거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믿지 말고, 무궁무궁 무궁화가 네 소원이거라.
한국의 시인. 호는 노작(露雀). 경기도 용인 출신으로 휘문의숙에서 수학하였다.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진 낭만파 시인으로 평가된다. 일제 강점기 후반에 많은 시인들이 친일 시를 발표하였으나, 홍사용은 친일 시를 남기지 않았다.
1922년 1월 창간된 문예 동인지 《백조》(白潮)의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