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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가 켜질 때에 (한국문학전집: 홍사용 04)

귀영이는, 요사이 날마다 푸른 빛이 짙은 푸나무떨기 사이로 거닐 적마다, 한 가지의 느릿한 시름을 느낀다. 그것은, 봄이 그 리워짐이다. 오는 웃음보다도 가는 눈물이 그리울 세, 더구나 근심스러운 푸른 그늘보다는, 차라리 애타는 붉은 꽃숲이, 그리웠다. 그러나, 봄은 갔다. 꽃다운 봄은 가고 말았다. 온 땅의 모든 물건이, 애써 다투어 삶의 새 빛을 물들이느라고, 한창 버스럭거리며 속살거리던 그 얄궂은 봄은 가고 말았다.
귀영이는, 요사이 날마다 푸른 빛이 짙은 푸나무떨기 사이로 거닐 적마다, 한 가지의 느릿한 시름을 느낀다. 그것은, 봄이 그
리워짐이다. 오는 웃음보다도 가는 눈물이 그리울 세, 더구나 근심스러운 푸른 그늘보다는, 차라리 애타는 붉은 꽃숲이, 그리웠다.
그러나, 봄은 갔다. 꽃다운 봄은 가고 말았다. 온 땅의 모든 물건이, 애써 다투어 삶의 새 빛을 물들이느라고, 한창 버스럭거리며 속살거리던 그 얄궂은 봄은 가고 말았다.
한국의 시인. 호는 노작(露雀). 경기도 용인 출신으로 휘문의숙에서 수학하였다. 민족주의적 시각을 가진 낭만파 시인으로 평가된다. 일제 강점기 후반에 많은 시인들이 친일 시를 발표하였으나, 홍사용은 친일 시를 남기지 않았다.
1922년 1월 창간된 문예 동인지 《백조》(白潮)의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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