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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심봉사 (채만식 38)

하늘(天上[천상])도 아니요, 땅(地上[지상])도 아니요 한 회색 허공이었다. 회색 옷을 입고, 회색 살빛을 하고, 회색 표정을 한 늙은 양주가 나란히 앉아 있다. 인간세계의 운명을 맡아보는 신(神) 양주였다. 노구(老嫗)가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영감이 따라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아이, 심심해!” 노구가 그런다. “어이, 심심해!” 영감이 맞장단을 친다. 노구가 말한다. “무어 구경거리 좀 없나!” “요새는 별로……” “하나 좀 꾸며 보시죠?”
하늘(天上[천상])도 아니요, 땅(地上[지상])도 아니요 한 회색 허공이었다.
회색 옷을 입고, 회색 살빛을 하고, 회색 표정을 한 늙은 양주가 나란히 앉아 있다. 인간세계의 운명을 맡아보는 신(神) 양주였다.
노구(老嫗)가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영감이 따라 커다랗게 하품을 한다.
“아이, 심심해!”
노구가 그런다.
“어이, 심심해!”
영감이 맞장단을 친다. 노구가 말한다.
“무어 구경거리 좀 없나!”
“요새는 별로……”
“하나 좀 꾸며 보시죠?”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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