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0 0 9 31 0 8년전 0

한국근대문학선: 순공있는 일요일 (채만식 33)

일요일이라서 그쯤만 믿고 열시가 가깝도록 늦잠을 자다가, 어린 놈과 안해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필경 끄들려 일어나다시피 일어나서는 소쇄를 마친 후 마악 조반상을 물린 참이었었다. 다섯 살박이 어린 놈은, 새로 장만한 모자야 구두야 양복 등속을, 죄다 벌써 떨쳐 입고는 물병까지 둘러메고, 문간으로 마당으로 우줄우줄 뛰어다니면서 나더러도 어서 얼른 채비를 차리고 나서라고 재촉을 해쌓는 것이었다. 안해는 또 안해대로 부엌에서, 마지막 내가 물린 밥상을 대강 치우느라고 재빠르게 서두는 모양이더니, 이윽고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면서 나오는데, 입은 연방 벙싯벙싯 다물어지질 않았다.
일요일이라서 그쯤만 믿고 열시가 가깝도록 늦잠을 자다가, 어린 놈과 안해의 성화에 견디다 못해 필경 끄들려 일어나다시피 일어나서는 소쇄를 마친 후 마악 조반상을 물린 참이었었다.
다섯 살박이 어린 놈은, 새로 장만한 모자야 구두야 양복 등속을, 죄다 벌써 떨쳐 입고는 물병까지 둘러메고, 문간으로 마당으로 우줄우줄
뛰어다니면서 나더러도 어서 얼른 채비를 차리고 나서라고 재촉을 해쌓는 것이었다.
안해는 또 안해대로 부엌에서, 마지막 내가 물린 밥상을 대강 치우느라고 재빠르게 서두는 모양이더니, 이윽고 행주치마에 손을 씻으면서 나오는데, 입은 연방 벙싯벙싯 다물어지질 않았다.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