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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정거장 근처 (채만식 23)

밤 열한점 막차가 달려들려면 아직도 멀었나보다. 정거장은 안팎으로 불만 환히 켜졌지 쓸쓸하다. 정거장이라야 하기는 이름뿐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밤이니까 아니보이지만 낮에 보면 논 있는 들판에서 기차길이 두 가랑이로 찢어졌다가 다시 오므려진 그 샅을 도독이 돋우어 그 위에 생철을 인 허술한 판장집을 달랑 한 채 갸름하게 앉혀놓은 것 그것뿐이다. 그밖에 전등을 켜는 기둥이 몇 개 섰고, 절 뒷간처럼 쫓겨간 뒷간이 있고 쇠줄로 도롱태를 달아놓은 우물이 있고, 그리고 넌지시 떨어져 술집, 사탕집, 매갈잇간, 주재소 그런 것들이 초가집, 생철집 섞어 저자를 이룬 장터가 있고.
밤 열한점 막차가 달려들려면 아직도 멀었나보다. 정거장은 안팎으로 불만 환히 켜졌지 쓸쓸하다.
정거장이라야 하기는 이름뿐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밤이니까 아니보이지만 낮에 보면 논 있는 들판에서 기차길이 두 가랑이로 찢어졌다가 다시 오므려진 그 샅을 도독이 돋우어 그 위에 생철을 인 허술한 판장집을 달랑 한 채 갸름하게 앉혀놓은 것 그것뿐이다.
그밖에 전등을 켜는 기둥이 몇 개 섰고, 절 뒷간처럼 쫓겨간 뒷간이 있고 쇠줄로 도롱태를 달아놓은 우물이 있고, 그리고 넌지시 떨어져 술집, 사탕집, 매갈잇간, 주재소 그런 것들이 초가집, 생철집 섞어 저자를 이룬 장터가 있고.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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