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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패배자의 무덤 (채만식 19)

오래비 경호는 어느새 고개를 넘어가고 보이지 않는다. 경순은 바람이 치일세라 겹겹이 뭉뚱그린 어린것을 벅차게 앞으로 안고 허덕지덕, 느슨해진 소복치마 뒷자락을 치렁거리면서, 고개 마루턱까지 겨우 올라선다. 산이라기보다도 나차막한 구릉(丘陵)이요, 경사가 완만하여 별로 험한 길이랄 것도 없다. 그런 것을, 이다지 힘이 드는고 하면, 산후라야 벌써 일곱달인 걸 여태 몸이 소성되지 않았을 리는 없고, 혹시 남편의 그 참변을 만났을 제 그때에 원기가 축가고 만 것이나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래비 경호는 어느새 고개를 넘어가고 보이지 않는다.
경순은 바람이 치일세라 겹겹이 뭉뚱그린 어린것을 벅차게 앞으로 안고 허덕지덕, 느슨해진 소복치마 뒷자락을 치렁거리면서, 고개 마루턱까지 겨우 올라선다.
산이라기보다도 나차막한 구릉(丘陵)이요, 경사가 완만하여 별로 험한 길이랄 것도 없다. 그런 것을, 이다지 힘이 드는고 하면, 산후라야 벌써 일곱달인 걸 여태 몸이 소성되지 않았을 리는 없고, 혹시 남편의 그 참변을 만났을 제 그때에 원기가 축가고 만 것이나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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