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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팔려간 몸 (채만식 13)

동산 마루에서 시뻘건 해가 두렷이 솟아오른다. 들 위로 얕게 덮인 아침 안개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누른 볏목들이 일제히 읍을 한다. 약오른 풀 끝에 맺은 잔이슬들이 분주히 반짝거린다. 꼴을 먹는 소 목에서는 끊이지 않고 요령이 흔들린다. 쇠고삐를 잡고 앉아 명상에 잠겼던 견우는 걷어올린 맨 다리를 “딱.” 때리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쇠파리가 침을 준 것이다. “아니 오나?” 견우는 혼자 중얼거리면 동리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한다.
동산 마루에서 시뻘건 해가 두렷이 솟아오른다. 들 위로 얕게 덮인 아침 안개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누른 볏목들이 일제히 읍을 한다.
약오른 풀 끝에 맺은 잔이슬들이 분주히 반짝거린다. 꼴을 먹는 소 목에서는 끊이지 않고 요령이 흔들린다.
쇠고삐를 잡고 앉아 명상에 잠겼던 견우는 걷어올린 맨 다리를 “딱.”
때리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쇠파리가 침을 준 것이다.
“아니 오나?”
견우는 혼자 중얼거리면 동리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한다.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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