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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불효자식 (채만식 03)

대지 위에 벌여놓인 (大地) 모든 물건들을 꿰뚫을 듯이 더운 불볕이 내려쪼이는 삼복 여름 어느 오후였었다. 나는 학교에서 하학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다가 마침 주인집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서 칠복(七福)의 어머니 최씨부인을 문득 만났다. 나는 그이를 보자 곧 ‘칠복의 소식을 듣고 올라온 것이다’고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칠복의 얼굴과 그 다리를 걷어치고 앉아 아편주사를 하던 모양이며, 까치 뱃바닥 같은 흰 손이 다시 서대문 감옥의 우중충한 붉은 담과 그 안에서 누렁 옷 입고 쇠사슬 차고 노역(勞役)을 하고 있을 그의 죽어가는 듯할 형상이며-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주마등과 같이 연상하였다.
대지 위에 벌여놓인 (大地) 모든 물건들을 꿰뚫을 듯이 더운 불볕이 내려쪼이는 삼복 여름 어느 오후였었다. 나는 학교에서 하학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다가 마침 주인집으로 들어가는 길 어귀에서 칠복(七福)의 어머니 최씨부인을 문득 만났다.
나는 그이를 보자 곧 ‘칠복의 소식을 듣고 올라온 것이다’고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칠복의 얼굴과 그 다리를 걷어치고 앉아 아편주사를 하던 모양이며, 까치 뱃바닥 같은 흰 손이 다시 서대문 감옥의 우중충한 붉은 담과 그 안에서 누렁 옷 입고 쇠사슬 차고 노역(勞役)을 하고 있을 그의 죽어가는 듯할 형상이며-그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주마등과 같이 연상하였다.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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