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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과도기 (채만식 02)

이처럼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이 나고 그를 따라 자기의 안해가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밤은 이미 훨씬 깊었고 창 밖에서는 거친 바람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때는 아직 삼월 초생이라 문틈으로 스며들어오는 바람끝이 몹시 싸늘하였다. 방 안은 등불을 꺼버렸으므로 굴속같이 컴컴하여 서로서로의 얼굴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봉우는 찬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느라고 덮었던 이불을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똘똘 말아 덮었다. 한즉, 한참만에 방바닥에서는 따스한 기운이 다시 찬 이불 속으로, 스며올라와 그는 포근한 쾌감을 느꼈다. 이 포근포근한 쾌감에 싸인 그의 육체는 다시 자기의 아내인 이성의 불안스러운 숨소리, 그윽한 살냄새, 더우기 머리털에서 우러나는 기름 냄새의 자극을 받아 산뜻한 성욕의 충동을 일으켰다..
이처럼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이 나고 그를 따라 자기의 안해가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밤은 이미 훨씬 깊었고 창 밖에서는 거친 바람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때는 아직 삼월 초생이라 문틈으로 스며들어오는 바람끝이 몹시 싸늘하였다. 방 안은 등불을 꺼버렸으므로 굴속같이 컴컴하여 서로서로의 얼굴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봉우는 찬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느라고 덮었던 이불을 머리로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똘똘 말아 덮었다. 한즉, 한참만에 방바닥에서는 따스한 기운이 다시 찬 이불 속으로, 스며올라와 그는 포근한 쾌감을 느꼈다. 이 포근포근한 쾌감에 싸인 그의 육체는 다시 자기의 아내인 이성의 불안스러운 숨소리, 그윽한 살냄새, 더우기 머리털에서 우러나는 기름 냄새의 자극을 받아 산뜻한 성욕의 충동을 일으켰다.
채만식(蔡萬植 1902-1950) 소설가. 전북 옥구 출생. 호는 백릉(白菱). 서울 중앙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수학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개벽>사의 기자를 역임했다. 그는 1924년 12월호 <조선문단>에 단편 “세길로”로 추천을 받고 등단. 그러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은 1930년대에 접어 들어 <조선지광>, <조광>, <신동아> 등에 단편 소설과 희곡 등을 발표하면서 시작. 1932년부터는 '카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으나 작품 경향으로 한때 그는 동반자 작가로 불린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초기에는 동반자적 입장에서 창작하였으나 후기에는 풍자적이고 토속적인 면에서 다루어진 작품이 많다. 대표작으로는 장편 소설에 “탁류”(1937), “태평천하”(1937), 그리고 단편 소설에 “레디메이드 인생”(1934), “치숙”(193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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