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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전원교향악의 밤 (이효석 52)

여행 떠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었다. 훌륭하지도 못한 하숙 이층 방에서 그믐을 보내고 정초를 맞기가 그다지 서글픈 것도 없었다 . 달력의 음양을 물을 것 없이 제야(除夜)라는 것이 그닷 특별한 정서를 자아내지 못하게 되었다. 동무를 만나고 책을 읽는 밤이 하필 제야가 아니고 다른 밤이라도 좋은 것이며, 가정의 단란과 이웃과의 사귐도 제야가 아니고 그 어느 밤이라도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제야를 객지에서 맞고 쓸쓸한 방에서 홀로 책을 읽음이 그다지 서글픈 것은 없다.
여행 떠난 지 거의 일주일이 되었다.
훌륭하지도 못한 하숙 이층 방에서 그믐을 보내고 정초를 맞기가 그다지 서글픈 것도 없었다 . 달력의 음양을 물을 것 없이 제야(除夜)라는 것이 그닷 특별한 정서를 자아내지 못하게 되었다. 동무를 만나고 책을 읽는 밤이 하필 제야가 아니고 다른 밤이라도 좋은 것이며, 가정의 단란과 이웃과의 사귐도 제야가 아니고 그 어느 밤이라도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제야를 객지에서 맞고 쓸쓸한 방에서 홀로 책을 읽음이 그다지 서글픈 것은 없다.
이효석은 경성 제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경성(鏡城) 농업학교 교사, 평양 대동강 공업전문학교와 숭실전문 교수를 역임한 당대 최고의 인텔리였다. 그는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에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을 발표함으로써 동반작가로 문단에 데뷔하여,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활동하였으나 1933년 순수문학 주도의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돈(豚)>(1933) 발표 후 순수문학으로 전향하였다. 그는 1936년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 할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필, 희곡 등 22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뇌막염으로 사망했는데 김동인, 현진건과 함께 3대 단편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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