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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문학선: 사온사상 (이효석 51)

언제인들 안 그러랴만 오는 시절에의 원망(願望)이 이렇듯 간절한 때는 없었다. 그것은 굳이 겨울보다 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여서가 아니라 겨울은 겨울로서 즐기는 법도 있으련만 ─ 너무도 초라한 오늘에 싫증이 남이로다. 우울한 이날이 얼른 가고 새봄이 왔으면 하고 원하면서 나날의 괘력(掛曆)을 한 장 한 장 뜯어 버리기란 휴지통에 들어가는 그 한 장의 일력(日歷)에 보람없는 하루를 영영 묻어 버리는 것 같아서 유쾌도 하다. 비에 젖은 장미포기의 푸른 줄기를 꺾어 보면 제법 진이 나고 벚나무가지의 봉오리를 따 보면 봉곳한 속에 푸른 생기가 넘쳐 있어 그것이 가까워 오는 시절을 분명히 약속하여 주는 것이니 제 아무런 변이 있다 하더라도 이 약속만은 절대의 것이며 새 시절을 당하였을 때에는 지난 시절이란 제아무리 ..
언제인들 안 그러랴만 오는 시절에의 원망(願望)이 이렇듯 간절한 때는 없었다. 그것은 굳이 겨울보다 봄의 아름다움을 생각하여서가 아니라 겨울은 겨울로서 즐기는 법도 있으련만 ─ 너무도 초라한 오늘에 싫증이 남이로다. 우울한 이날이 얼른 가고 새봄이 왔으면 하고 원하면서 나날의 괘력(掛曆)을 한 장 한 장 뜯어 버리기란 휴지통에 들어가는 그 한 장의 일력(日歷)에 보람없는 하루를 영영 묻어 버리는 것 같아서 유쾌도 하다.
비에 젖은 장미포기의 푸른 줄기를 꺾어 보면 제법 진이 나고 벚나무가지의 봉오리를 따 보면 봉곳한 속에 푸른 생기가 넘쳐 있어 그것이 가까워 오는 시절을 분명히 약속하여 주는 것이니 제 아무런 변이 있다 하더라도 이 약속만은 절대의 것이며 새 시절을 당하였을 때에는 지난 시절이란 제아무리 괴롭고 귀찮은 것이었다 하더라도 결국 지나가 버린, 거듭 올 리 만무한 과거의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효석은 경성 제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경성(鏡城) 농업학교 교사, 평양 대동강 공업전문학교와 숭실전문 교수를 역임한 당대 최고의 인텔리였다. 그는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에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을 발표함으로써 동반작가로 문단에 데뷔하여, 유진오와 함께 동반작가로 활동하였으나 1933년 순수문학 주도의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돈(豚)>(1933) 발표 후 순수문학으로 전향하였다. 그는 1936년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秀作)이라 할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장편 <화분>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필, 희곡 등 22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뇌막염으로 사망했는데 김동인, 현진건과 함께 3대 단편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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