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에 물이 말랐다 . 오래 가물어서 못물이 준 데다가 하지가 가까와 저마다 다투어서 모를 내노라고 물이 마른다.
『에 고이한 사람들 같으니. 아무러기로 남의 못자리까지 말린담.』
나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꼭꼭 막아 놓은 내 물꼬를 들여다보고 섰다. <물꼬를 터 놓을까.>
나는 혼자 생각한다. 내 웃논에서 물을 대노라고 봇물은 조금 밖에 없다.
이것을 내 논에 대면 저 아래 모내는 논에는 물이 한 방울도 아니 갈 것이다.
이광수(李光洙: 1892-1950?)
평북 정주 출생. 호는 춘원(春園). 일본 와세다 대학 철학과 수학 중 동경 2·8 독립 선언을 주도. <조선 청년 독립단 선언서> 기초. 상해 <독립신문> 편집 주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수양 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됨. <조선 문인 협회> 회장 역임. 1909년 <백금학보(白金學報)에 <애(愛)>를 발표한 이후 1917년 장편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여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신문학 초창기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이광수는 최남선과 함께 언문일치의 신문학 운동을 전개하여 한국 근대 문학의 여명을 이룩한 공헌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초기 한국 문단의 성립을 주도했다는 혁혁한 공적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말기에 변절하여 친일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을 지닌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세계는 대중적인 성향을 띄면서도 계몽주의적·이상주의적 경향을 지니고 있는데 지나친 계몽 사상으로 인해 설교적인 요소가 많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린 희생>, <무정>, <소년의 비애>, <어린 벗에게>,<개척자> <무명> <마의태자>, <단종애사>, <흙>, <유정>,<사랑>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