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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길을 걷는 사람들 (한국문학전집 473)

밤이다. 준식은 달도 없는 밤길을 얼마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걸어왔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한데 합쳐 본다면 오늘날까지 싸워오던 일을 결말짓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최후의 담판. 형님과의 최후의 결정. 아내와의 최후의 결정이와 같은 최후의 결심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출가를 할 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솟을 대문이 눈앞에 띈다. 희미하게… 바라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커다란 문은 틀림없는 자기 집 대문이다. 옆에 집보다 우뚝 솟아있는 문이 마치 무슨 괴물 모양으로 눈앞에 가로 놓여있다. 그는 괴물처럼 보이는 자기 집 대문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갔다. 만여석 추수를 하는 자기 집이건만 밖에 전등 하나를 아니 달고 그나마 모으기에만 두 눈이 새빨간 아버지와 형의 모..
밤이다.
준식은 달도 없는 밤길을 얼마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걸어왔다. 지금까지 생각한 것을 한데 합쳐 본다면 오늘날까지 싸워오던 일을 결말짓는 것이다.
아버지와의 최후의 담판. 형님과의 최후의 결정. 아내와의 최후의 결정이와 같은 최후의 결심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출가를 할 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솟을 대문이 눈앞에 띈다. 희미하게… 바라보기에도 으리으리한 커다란 문은 틀림없는 자기 집 대문이다.
옆에 집보다 우뚝 솟아있는 문이 마치 무슨 괴물 모양으로 눈앞에 가로 놓여있다. 그는 괴물처럼 보이는 자기 집 대문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한걸음 한걸음 가까이 걸어 들어갔다. 만여석 추수를 하는 자기 집이건만 밖에 전등 하나를 아니 달고 그나마 모으기에만 두 눈이 새빨간 아버지와 형의 모양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행랑방 들창으로 불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불빛만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웅얼거리는 음성도 밖으로 스며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 주로 활동한 소설가 겸 평론가, 영화제작자이다. 호는 효봉(曉峰)이며, 효봉산인(曉峰山人)이라는 필명도 사용했다.

한성부 출신으로 보인학교에서 수학했다. 이 학교는 대한제국 군대 해산으로 해산된 군인들이 집결한 보인학회가 1908년에 설립한 애국계몽 계열의 사립 학교이다. 보인학교에 재학하면서 계몽운동에 뜻을 두게 되고, 임화와도 교유하였다.

10대 때부터 소설 습작을 시작하여, 1921년에 《조선일보》에 〈성탄의 추억〉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1922년에는 염군사에 가담하고 1924년에 서울청년회 소속으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창립을 주도했다. 카프 중앙위원과 서기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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