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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전집229: 어머니

이춘우(李春雨)가 시골서 돌아온지 사흘이 지났다. 그는 자 기 집 건넛방 자리 속에 누워서 두눈을 깜작깜작 하며 담배 만 피우고 있다. 아침 해가 동향한 미닫이에 뜨겁게 쬐는데, 벌써 먼 곳에 서는 이슬 흐르는 잎사귀 밑에서 시원히 노래하는 매미 소 리가 들리게 부엌에서는 아침밥을 짓는지, 솥뚜껑 열었다 닫는 소리와 소반위에서 떨어지는 숟가락의 울리는 소리가 춘우의 귀에 다시 가정에 돌아온 맛을 느끼게 한다. 춘우는 담배를 재떨이에 아무렇게 비비고, 팔로 깍지를 껴 서 그 위에 머리를 얹고, 천장위만 물끄러미 처어다보고 있 다가, 다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 춘 우의 조그만 눈속은 얇은 눈껍질 사이로 스미어드는 광선으 로 말미암아 어두려 하는 저녁도 같고, 밝으랴 하는 새벽..
이춘우(李春雨)가 시골서 돌아온지 사흘이 지났다. 그는 자 기 집 건넛방 자리 속에 누워서 두눈을 깜작깜작 하며 담배 만 피우고 있다.

아침 해가 동향한 미닫이에 뜨겁게 쬐는데, 벌써 먼 곳에 서는 이슬 흐르는 잎사귀 밑에서 시원히 노래하는 매미 소 리가 들리게 부엌에서는 아침밥을 짓는지, 솥뚜껑 열었다 닫는 소리와 소반위에서 떨어지는 숟가락의 울리는 소리가 춘우의 귀에 다시 가정에 돌아온 맛을 느끼게 한다.

춘우는 담배를 재떨이에 아무렇게 비비고, 팔로 깍지를 껴 서 그 위에 머리를 얹고, 천장위만 물끄러미 처어다보고 있 다가, 다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는 듯이 눈을 감았다. 춘 우의 조그만 눈속은 얇은 눈껍질 사이로 스미어드는 광선으 로 말미암아 어두려 하는 저녁도 같고, 밝으랴 하는 새벽과 같이 어두움에 약간의 광명이 섞이여 무한대(無限大)의 공간 을 펴놓았다. 모든 환상(幻想)을 지었다가 그리었다 차려 놓 았다. 집어 치었다. 뛰놀게 하다가 사라지게 하기에 아무 거 칠것이 없는 큰 무대이며 끝 없는 마당이며 네 귀퉁이를 헤 아릴 수 없는 캔퍼스(畵布)다. 지금에 그는 지금 그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려는 환상의 활동을 거기에 전개시키려 한다.
나도향 은 일제 강점기의 한국 소설가이다. 본명은 나경손이며 필명은 나빈이다. 한성부 용산방 청파계에서 출생하였으며, 배재학당을 졸업하고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중퇴한 뒤 일본에 건너가 고학으로 공부하였다. 1922년 《백조》의 창간호에 소설 《젊은이의 시절》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장하였다. 이상화, 현진건, 박종화 등과 함께 백조파라는 낭만파를 이루었다. 이듬해 동아일보에 장편 《환희》를 연재하여 19세의 소년 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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