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단편소설인 단발/ 김유정론이다.
그는 쓸데없이 자기가 애정의 거자(遽者)인 것을 자랑하려 들었고 또 그러지 않고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공연히 그는 서먹서먹하게 굴었다. 이렇게 함으로 자기의 불행에 고귀한 탈을 씌워 놓고 늘 인생에 한눈을 팔자는 것이었다.
이런 그가 한 소녀와 천변(川邊)을 걸어가다가 그만 잘못해서 그의 소녀에게 대한 애욕을 지껄여 버리고 말았다.
여기는 분명히 그의 음란한 충동 외에 다른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러나 소녀는 그의 강렬한 체취와 악의의 태만에 역설적인 흥미를 느끼느라고 그냥 그저 흐리멍텅하게 그의 애정을 용납하였다는 자세를 취하여 두었다. 이것을 본 그는 곧 후회하였다. 그래서 그는 이중의 역어를 구사하여 동물적인 애정의 말을 거침없이 소녀 앞에 쏟고 쏟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육체와 그 부속품은 이상스러울 만치 게을렀다.
이상의 작품에는 나타나는 여러 특징적 양상은 곧 이상의 시가 초현실주의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징표를 이룬다. 초현실주의자들이 다다와는 달리 인간의 회복을 위해 건설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사실은 이미 밝힌 바와 같다. 그런데 그 방법이란 곧 다른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상태에서 자신을 맡기는 일이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우리 자신의 지성이나 교양, 논리와 가치관 등은 모두가 의식의 영역에서 형성된다. 의식의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자아(Ego)와 초자아(Super-Ego)이다. 그리고 자아와 초자아의 작용에 의해 우리는 규범을 지키고 논리를 터득하게 된다. 합리의 체계를 세우게 된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성의 가치체계와 규범, 윤리들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 자아와 초자아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