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조선 문단>에 발표된 단편 소설. 1920년대 겨울, 백두산 서북편 서간도에 있는 바이허[白河]라는 곳을 중심 배경으로, 중국인 지주 '인가[殷哥]'에게 착취당하는 조선인 소작농의 울분과 저항을 그린 신경향파 소설이다. 빈곤과 민족적 대립의 문제가 중심 갈등 요인이 되고 있으며, 특히 결말의 방화와 살인은 신경향파 소설의 전형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다.
1920년대 한국 문학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신경향파> 문학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시작된 계급주의 사상이 일본을 통해 우리 나라에 유입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문학 운동이 전개되었는데 이것이 신경향파 문학이다.
<신경향파> 문학의 특징은 첫째, 소재를 궁핍한 데서 찾은 것. 둘째, 지주 대(對) 소작인 또는 공장주 대(對) 노동자의 대립을 중심 플롯(plot)으로 한 것. 셋째, 결말이 살인·방화로 끝나는 것 등이다.
최서해의 문학 세계는 그의 간도(間島) 체험에서 유래한다. 간도에 유랑하면서 그는 극도의 가난 속에서 독학(獨學)으로 문학 수업을 하는데, 귀국 후 자신의 체험을 <고국>, <탈출기>, 기아와 살육> 등의 소설로 발표하면서 새로운 <경향 작가>로 각광을 받게 된다. 그는 극심한 빈곤과 기아가 인간의 감정 및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소설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눈물과 울음, 증오와 폭력, 방화와 살인 등은 모두 빈곤과 기아에서 비롯되는 반응들이다.
<홍염>은 이러한 그의 문학적 특징이 집약된 작품으로, '빈곤→빚의 대가로 딸을 빼앗김→그로 인한 아내의 죽음→반항적 폭력으로서의 방화와 살인의 선택'이라는 도식(圖式)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대부분의 <신경향파> 문학이 그러하듯이 소설 <홍염>에서도 현실 대응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방화와 살인이라고 하는 대응 방식은 극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바람직한 대안(代案)은 아니며, 자포 자기 상태에서의 충동적 행위는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서해(崔曙海: 1901-1932)
함북 성진 출생. 본명은 학송(鶴松). 성진 보통 학교 5학년 중퇴. 그 후 막노동과 날품팔이 등 하층민의 생활을 몸소 겪음. 1924년 <조선문단>에 <고국(故國)>의 추천으로 등단. <카프> 맹원으로 활동. <중외일보>, <매일신보> 기자 역임. 그는 초기 작품에서 빈궁한 하층민의 삶을 그려내는 계급적인 작가로 활동하였으나, 그 후 시대 의식과 역사 의식을 실감 있게 다루면서 현실성과 낭만성을 다양하게 수용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토혈>,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육>, <탈출기>,<금붕어>, <그믐밤>, <홍염>, <수난>, <무명초>, <호외 시대> 등이 있음